최근 전 세계적으로 '외로움'을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질병을 유발하고 악화시키는 하나의 위험인자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올해 5월 미국 공중보건서비스단(PHSCSS) 비베크 머시(Vivek Mercy) 단장 겸 의무총감은 보고서를 통해 "외로움이 매일 담배 15개비씩 피우는 것만큼 건강에 해롭다"라고 밝혔다. 보고서를 살펴보면 외로움은 조기 사망 가능성을 26~29% 증가시키고 심장병 위험과 뇌졸중 위험을 각각 29%, 32%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더불어 지난달에는 외로움이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질환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연구가 발표됐다.
외로운 당뇨환자, 심혈관질환 위험 ↑지난 6월 30일 미국 툴레인 대학교(Tulane University) 공중보건·열대의학과 루 치(Lu Qi)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국제 학술지 '유럽심장저널(European Heart Journal)'에 외로움이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의 논문을 공개했다. 이번 연구는 영국 바이오탱크에 등록된 심장병과 뇌졸중 병력이 없는 37~73세 성인 당뇨병 환자 1만 8,509명을 약 10년간 추적 및 분석해 진행됐다. 연구 기간 동안 전체 참가자 중 3,247명이 심혈관질환에 걸렸고 그중 2,771명은 협심증, 심근경색증과 같은 관상동맥질환을 701명은 뇌졸중에 걸렸다. 연구진은 먼저 설문조사를 통해 참여자들의 생활습관,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 점수를 평가했다. 외로움 점수는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 △외로움을 느끼는 정도를 기준으로 삼아 0~2점 사이에 매겨졌다. 사회적 고립 수준은 △혼자 산다 △친구 혹은 가족이 한 달에 한 번 미만으로 방문한다 △1주일에 사회 활동에 참여하는 빈도수에 따라 0~3점 사이로 매겨졌다. 대부분의 참가자(61%)가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다고 응답했으며, 전체 참가자의 약 9%만이 외로움 최고 점수인 2점을 받았고 30% 정도가 1점의 점수를 받았다. 그 결과 외롭고 사회적으로 고립되었다고 응답한 사람이 사회적으로 더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는 사람과 비교해서 10년 안에 심장마비나 뇌졸중에 걸릴 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외로움 점수에서 1점을 받은 사람은 심혈관질환 위험이 11% 더 높았고, 외로움 점수가 2점인 사람은 26% 더 높았다. 이는 외로움이 스트레스 반응을 유발하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분비를 늘려 인슐린 기능을 저하하고 혈관을 손상시키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진은 "외로운 당뇨병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혈당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으며, 혈압과 LDL 콜레스테롤의 혈중 수치가 높았다"라고 설명했다.또한, 연구진은 "외로움이 식습관이나 운동 부족, 흡연, 우울증보다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질환 발생률에 더 많은 영향을 준다. 반면 외로움보다는 신장 기능, 콜레스테롤 수치, 체질량지수가 심혈관질환 발생률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라고 밝혔다.
외로움 극복을 위해서는?
하이닥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의사 전한솔 원장(구로 푸른솔 정신건강의학과의원)은 외로움 극복을 위해 다음과 같은 방법을 제시한다. 1. 가족 또는 친구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을 만들자.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외로움은 어느 정도 희석된다. 따라서 주기적으로 가족이나 친구와 만나는 것은 외로움을 이겨내는 데 도움이 된다. 만약 너무 바쁘다면 메신저 프로그램이나 영상통화 등 기술의 힘을 빌려보는 것도 좋다. 2. 나만의 사회적 활동 루틴을 만들자.동아리 등 사회적 활동을 활발히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 공감 가는 주제에 대해서 대화한다면 친구도 만들 수 있고 쉽게 외로움을 이겨낼 수 있다. 3. 취미 등 즐길 수 있는 것을 더 많이 하자.취미 생활 등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만큼 기분 좋은 일은 없다. 취미가 없다면 이번 기회에 평소 흥미를 가지고 있던 운동이나 악기 등을 배워보는 것도 좋다. 바빠서 취미활동을 하거나 새로운 것을 배울 시간이 없다면 잠시 시간을 내서 근처 공원을 산책하는 것도 외로움 극복에 도움이 된다.
도움말 = 하이닥 상담의사 전한솔 원장(구로푸른솔정신건강의학과의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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