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가 심하고 마음이 어지러운 날이면, 왠지 다른 사람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기가 어렵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걸까? 이 질문에 대해 지난 15일 스위스 베른 대학교(University of Bern) 연구진이 명확한 답변을 내놓았다. 국제 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발표된 이들의 연구에 따르면, 개인의 성향과 정신건강 상태에 따라서 타인의 얼굴에 집중하는 정도가 다르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사람을 만날 때, 주변 환경과 물체보다는 사람의 얼굴에 더 집중한다. 이는 사람의 얼굴을 읽어 정보를 얻어내고 타인과 더 수월하게 소통하기 위해서다. 2020년 영국 로열 홀러웨이 런던 대학교(Royal Holloway University of London) 연구진은 '얼굴은 의사소통에서 큰 역할을 하며, 사람은 상대방 얼굴 표정을 통해 감정을 파악하는 경향이 있다'라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베른대 연구진은 이러한 기존의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개인의 성격 또는 정신건강이 타인의 얼굴에 대한 관심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연구는 독일과 스위스 성인 120명이 참가했으며, 전체 참가자의 평균 연령은 22세였다. 성별은 여성 100명, 남성 18명, 성별을 선택하기 거부한 참가자 2명으로 구성됐다. 연구진은 먼저 참가자들의 성격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위해 △외향적 △밝음 △성실함 △개방적 △예민함 등 5가지 항목을 기준으로 삼고, 점수를 내 평가했다. 정신건강 상태는 사회적상호작용 불안 척도(SIAS-6)를 사용했으며, 참가자가 평소에 느끼는 불안감과 우울감을 측정했다. SIAS-6는 사회 불안을 측정하는 대표적인 자기 보고식 척도로 모두 20문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신뢰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참가자들은 컴퓨터 화면에 무작위로 띄운 20개의 사진을 각각 10초 동안 응시했다. 화면 속 사진은 모두 흐릿한 상태로 제공되었고, 참가자들의 마우스 커서 움직임에 따라서 20픽셀 반경 정도만 선명해지도록 했다. 모든 사진에는 일정 크기의 사람 얼굴이 포함되어 있었고, 이 중 절반은 사진 속 인물의 시선이 정면을 바라보지 않고 다양한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결과, 참가자들 모두 평균적으로 주어진 시간의 17%만을 사진 속 얼굴을 확인하는데 소모했으며, 참가자 중 △외향적 △밝음 △개방적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사람이 낮은 점수를 받은 참가자보다 사진 속 인물의 얼굴에 더 집중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반면, 정신건강 상태 검사에서 우울감과 불안감 수치가 높다고 나온 참가자들은 평균보다 적은 시간을 사진 속 인물의 얼굴을 바라보는데 사용했다. 연구진은 "성향이 외향적이고 정신건강 상태가 좋을수록 타인의 얼굴에 집중하는 시간이 더 많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라고 말하며, "반면, 높은 수치의 우울감 혹은 불안감을 느끼거나 성격이 내향적인 사람은 상대방의 얼굴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피하는 경향을 보였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