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광과 직장 사이에 존재하는 자궁은 선 자세에서 약간 꺾여 배 앞쪽을 향해 있고, 자궁 옆 인대에 의해 그 모양을 유지한다. 보통 앞쪽으로 구부러져 있는 것이 정상 위치이지만, 선천적 혹은 후천적인 요인으로 자궁이 굴절되는 경우가 있다. 이를 '자궁후굴'이라고 한다. 자궁후굴은 질환이 아닌 증상으로, 여성 건강의 지표가 될 뿐만 아니라 임신과 출산에도 영향을 미친다.
생리통으로 허리 끊어질 듯하면 자궁후굴 의심해 봐야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주요 월경 관련 질환자는 2017년 42만 3,211명에서 2021년 67만 8,370명으로 약 60% 증가했다. 월경 장애는 여성 생식기능 이상이나 질병의 신호가 된다. 대표적인 월경 장애로는 생리통(월경곤란증)이 있다. 월경을 하는 여성의 절반 이상이 경험하며, 이들 중 10% 정도는 매달 월경 시 1~3일간 심한 통증을 겪는다. 월경 시 겪는 통증은 단순 통증일 수도 있지만, 자궁후굴로 인해 발생하는 통증일 수도 있다. 특히 요통과 하복부 통증, 골반 통증이 심하다면, 자궁후굴을 의심해 봐야 한다. 자궁이 반대로 기울면 혈류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아 생리통이 심해지며, 주위 골반을 압박하게 되면서 혈류가 나빠져 요통이 발생한다. 주변 장기와 유착하여 배변 이상을 겪을 수도 있고, 생리혈이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는 구조가 되어 생리 기간이 길어진다. 또 누워있을 때는 생리혈이 잘 나오지 않는 등의 증상을 보인다. 이와 같은 자궁후굴로 인한 통증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자궁내막증과 골반염으로 인해 자궁후굴이 발생한다면, 임신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자궁내막증은 본래 안쪽에 있어야 할 자궁 내막이 난소, 나팔관, 골반 복만 등처럼 자궁 이외의 장소에 증식하는 것이다. 월경 시 벗겨진 자궁내막은 출혈과 함께 밖으로 나오지만, 자궁내막증이 되면 나오는 출구가 없어 출혈된 것이 뱃속에 쌓이고, 주변 조직과 유착된다. 자궁경부는 고정되어 있지만 자궁의 몸체는 앞뒤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따라서 골반염, 자궁내막증, 자궁선근증 등에 의해서 골반 내 유착이 생기면 자유롭게 움직이던 자궁 몸체가 뒤로 꺾이게 된다. 자궁후굴이 나타나는 거다. 자궁이 뒤로 굴절되는 자궁후굴은 여성 10명 중 3명이 겪을 정도로 흔한데, 자궁후굴의 원인은 자궁내막증 외에도 △폐경 △수술 △임신, 출산 △섬유종 △분만 중 자궁 인대 찢어짐 △잘못된 자세 등으로 다양하다.
자궁 기울기에 따라 통증도 달라져하이닥 산부인과 상담의사 한상훈 원장(삼성미즈산부인과의원)은 "자궁의 크기와 위치에 따라 자궁후굴로 인한 요통인지를 판단할 수 있으며, 초음파 검사 소견상 자궁이 허리에 올라와 있는 정도라면 자궁적출술도 고려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자궁근종이나 자궁선근종이 있을 경우에도 자궁후굴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가능성을 열고 진단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자궁후굴로 인한 통증은 다양한 질환으로 인해 발생하기도 하고, 자궁 굴곡도에 따라 정도의 차이를 보인다. 이와 같은 내용은 스칸디나비아 산부인과학저널(ACTA Obstetricia et Gynecologica)에 게재된 논문에서 확인할 수 있다. 논문에 따르면, 생리통의 정도와 자궁 굴곡도는 어느 정도의 상관 관계가 있다. 이탈리아 모데나 대학교 병원(University Hospital of Modena) 산부인과 및 소아과(Gynecology and Pediatrics) 안젤로 카그나치(Angelo Cagnacci) 교수 연구팀은 자궁굴곡이 150도 이하인 경우와 150도 이상 210도 미만인 경우, 210도 이상인 경우로 총 세 가지로 분류하여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자궁후굴은 일반 여성의 20%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하며, 유럽인이나 백인들에게서 조금 더 높게 나타난다"라며, "자궁의 전굴이나 후굴 자체는 통증의 중증도와 관계없지만, 굴곡도가 클수록 통증이 커진다"라고 밝혔다. 각도가 중간인 대상자가 통증을 가장 약하게 느끼며, 150도 미만일 때 조금 더 강한 통증을, 210도 이상일 때 가장 강한 통증을 호소했다. 보통 자궁의 굴곡도는 후굴에서 크게 나타나기 때문에 자궁후굴이 있을 때 통증이 심하게 발생한다.
불임은 아니지만 난임 겪을 수도… 자궁건강 위한 유산소 운동 도움 돼자궁후굴이 있다고 해서 불임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자궁 근육층인 자궁근층이 약해지거나 손상되어 생기는 증상이 자궁후굴인 만큼 임신과 출산에 어려움을 겪을 수는 있다. 특히 임신하게 되면 자궁은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원래 위치로 이동하는데, 자궁내막증으로 이동이 어려워지면 유산의 위험성이 높아진다. 자궁후굴이 있으면 혈액순환 역시 원활하지 않아 임신 초기 조산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임신을 계획하는 경우라면 사전에 자궁후굴이 있는지 검사하고 치료받는 것이 좋다. 임신 중에 자궁후굴이 발견되는 경우라도 의사의 지시에 따라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임신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 자궁후굴은 초음파 검사, 자궁경부 선출혈 검사, 자궁경부 조직 검사, 자궁경부 전기수술 검사 등을 통해 자궁과 난소, 나팔관, 자궁경부, 질 등을 검사하여 진단한다. 자궁후굴의 원인이 되는 자궁 모양 확인뿐 아니라 원인 질환인 자궁내막증, 자궁경부암 등을 검사할 수 있다. 자궁후굴은 원인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지는데, 자궁의 기울기를 교정하는 교정술을 가장 일반적으로 시행한다. 간단한 자궁 내 장치를 사용하여 자궁후굴을 교정하면 골반통, 성교통, 생리통 등 완화에 효과적이다. 진단 결과 자궁내막증이나 골반염 등 자궁후굴을 일으키는 원인 질환이 발견되면, 이를 우선적으로 치료한다. 자궁내막증은 약물 치료와 수술 치료 두 가지 방법으로 치료할 수 있다.자궁후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 생활 습관도 중요하다. 자궁과 주변 골반을 튼튼하게 하는 자세를 취하고, 자궁 혈액순환에 도움 되는 가벼운 체조나 스트레칭, 걷기 등을 하는 것이 좋다. 특히 하루 30분 이상의 유산소 운동은 자궁골반순환운동으로 효과적이다.도움말 = 하이닥 상담의사 한상훈 원장 (삼성미즈산부인과의원 산부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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