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정신건강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직장 상사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조사에 따르면, 직장 상사가 미치는 영향력과 배우자가 미치는 영향력이 비슷했다. 더불어, 대부분 직장인이 급여보다는 정신건강을 더 중시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지난 13일(현지 시각) 미국 인사관리 솔루션 제공업체 UKG의 인적자원연구소가 10개국 직장인 3,4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 조사 내용을 발표했다.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설문에 참여한 직장인 중 절반이 넘는 69%가 본인의 정신건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사람으로 직장 상사를 꼽았다. 이는 배우자(69%)가 본인의 정신건강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다고 응답한 사람의 수와 비슷했으며, 의사(51%)나 전문 치료사(41%)보다 많았다. 직장 업무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서 물어본 문항에서는 응답자의 20%가 직장 업무가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다. 직장 업무와 관련해 스트레스를 자주 받는다고 응답한 직장인은 40%였으며, 높은 업무 스트레스 지수가 낮은 업무성과와 이어진다고 응답한 직장인은 78%에 달했다. 또한,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개인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물어본 문항에서는, 71%가 가정생활에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으며 64%는 개인의 웰빙, 62%는 인간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더 큰 문제는 직장과 업무 스트레스가 직장인 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많은 직장인이 업무 스트레스와 직장 내 문제에 대해 직장 상사와 의논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설문에 참여한 직장인 중 38%가 '업무 스트레스가 과도하지만, 직장 상사와 그에 대해 의논할 수 없다'라고 응답했으며, 그 이유에 대해서는 '스스로 해결해야만 해서'(20%), '상사가 신경을 안 써서'(16%), '상사가 너무 바빠서'(13%)라고 답했다. 이외에도, 이번 설문에서 높은 급여나 성공적인 삶보다는 본인의 정신건강이 더 중요하다고 응답한 직장인이 81%나 되었다. 이들 중 64%는 정신건강을 위해서는 더 낮은 급여를 받으며 일해도 괜찮다고 응답했다. 실제로, 전 세계적으로 조용한 퇴사 등 직장 업무보다 삶의 질을 더 우선시하는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한국 직장인 정신건강을 위협하는 주범은?한국 직장인의 스트레스 수치는 세계적으로도 매우 높은 수준이다. 2014년 OECD가 발표한 연간 보고서에서는 우리나라가 직장인 스트레스 지수가 높은 나라 1위에 랭크됐다. 당시 보고서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직장인 스트레스 비율은 87%로 미국(79%), 일본(72%)과 비교해도 월등히 높았다.원인으로는 만성 장시간 노동이 꼽혔다. OECD 주요국의 평균 근로 시간은 1,726시간이지만, 우리나라 평균 근로 시간은 1,957시간이다.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수치로, 우리나라보다 긴 평균 근로 시간을 가진 나라는 멕시코(2,137시간) 뿐이다. 지난해 9월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전상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이 발표한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연구진은 2015부터 2019년까지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의 심(心)케어 서비스를 이용한 남녀 직장인 9,326명을 대상으로 직무 스트레스 요인을 분석했다. 그 결과, 장시간의 근로 시간이 직장인 정신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주 40시간 이상 근무하는 직장인보다 주 60시간 이상 근무하는 직장인이 업무 스트레스를 받을 가능성이 크며 극단적 선택을 할 위험 역시 커진다. 연구진은 "지속적인 장기간 노동은 직장인의 정신 건강을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악화시킨다"라며 "장기간의 노동은 급성 스트레스와 함께 국내 직장인 정신질환의 주요 원인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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