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현지시각) 영국 보건안전국(UK Health Security Agency, UKHSA)에서는 각국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유력한 고위험군 감염병(High Consequence Infectious Diseases, HCID) 목록을 발표했다. 한국에서 발생할 수 있는 HCID으로는 중증 열성 혈소판감소 증후군(Severe Fever with Thrombocytopenia Syndrome, SFTS)을 꼽았다.
영국 보건안전국은 코로나19 대유행 직후부터 제2의 감염병 대확산 사태 예방을 위해 각국에서 발생하는 병원체를 감시하고 있다. UKHSA이 공개한 이번 목록을 살펴보면 미국의 HCID는 조류독감(Avian influenza A,H5N1)과 흑사병(Plague)이었으며, 중앙 아프리카 공화국의 HCID는 에볼라(Ebola)와 M두창(Mpox, 병명 개정 전 원숭이두창)이었다.
바이러스의 주요 매개체인 참진드기 주의해야중증 열성 혈소판감소 증후군(이하 SFTS)은 날이 따뜻해지는 4월부터 11월까지 발생하는 감염병이다. 국내에서는 2013년 첫 감염자가 보고된 후 2021년까지 총 1,510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이 중 279명이 사망했다. 방역 당국인 질병관리청에서는 SFTS를 제3급 법정 감염병으로 규정하고 질환 발생 시 24시간 이내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감염경로는 대부분 야외활동 중 SFTS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는 참진드기에 물려, 바이러스가 체내로 침투해 감염된다. 또한, SFTS 환자를 치료하던 의료진이 환자의 혈액이나 체액에 직접적으로 노출되어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일부 사례가 존재해, 환자와 접촉 시 주의가 필요하다. 실제로 2022년 8월 경북대병원 응급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던 의료진 5명이 SFTS 환자를 진료하던 도중 환자의 체액에 노출되어 집단으로 SFTS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국내에는 '작은소피참진드기', '개피참진드기', '일본참진드기', '뭉뚝참진드기' 등 SFTS 바이러스의 주요 매개체가 될 수 있는 참진드기가 여러 종 서식하고 있다. 국내 우점종은 작은소피참진드기다. 참진드기는 기온이 올라가는 봄부터 활동을 시작해, 9월에는 개체수가 급증한다. 따라서 이 시기가 되면 질병관리청에서 참진드기 발생을 감시한다. 물론 참진드기에 물렸다고 해서 반드시 SFTS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은 아니다. 질병관리청은 "다행히도 국내에 서식하는 참진드기 중 극히 일부만 SFTS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다"라고 말하며, "야외활동 시 참진드기에 물렸다고 해서 SFTS 바이러스 감염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단, 항상 주의하는 자세는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SFTS 바이러스가 체내에 유입되면 6~14일의 잠복기를 가진 후 원인이 불분명한 38도 이상의 고열, 식욕 저하, 구역질, 구토, 설사, 복통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두통, 근육통, 림프절 종창과 같은 증상이 동반되기도 하며 환자 4명 중 1명은 의식장애, 경련을 경험한다. 만약 중증으로 진행되면 출혈과 다발성 장기부전이 발생해 사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SFTS의 국내 치사률은 약 18.5%이다.
백신과 치료제 없어 예방이 최선SFTS의 가장 큰 문제는 아직 백신과 치료제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예방이 최선이다. 4~11월에는 야외활동 시에는 긴 옷, 목이 긴 양말, 모자 등 안전하게 옷을 갖춰 입고, 진드기 기피제를 사용해야 한다. 풀숲에서 휴식을 취할 시에는 맨바닥에 앉기보다는 돗자리를 사용해야 하며, 풀숲에 옷을 벗어 놓지 않아야 한다. 귀가 후에는 옷을 세탁하고 몸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또한, 진드기는 한번 인체에 달라붙으면 피부에 단단히 고정되어 3~7일간 피를 빨아먹기 때문에 몸에 진드기가 붙어있는지 혹은 벌레에 물린 상처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만약 피부에 들러붙은 진드기를 발견했다면, 절대 손으로 잡아떼내면 안된다. 무리하게 손으로 잡아당기면 진드기의 머리 등 일부가 피부에 남을 위험이 있다. 그러므로 핀셋과 소독약을 사용하거나, 가까운 병원을 방문해 제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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