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가 터지고 몇 주가 지났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는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세계적인 경제 침체와 보기만 해도 피곤해지는 각종 정치 이슈가 터지면서, 한국 사회의 우울 지수가 크게 높아졌고 이에 따라 범국가적인 집단 우울증 위험도 함께 증가했다.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지난 6일 자료를 발표하며 또 다른 범국가적인 참사였던 2014년 세월호 당시 대한민국 성인들의 전체적인 우울 수준이 8.76점으로 2012년 6.31점과 비교해서 크게 증가했다는 사실을 근거로, 이번 참사 이후로 한국 사회 전체 우울 수준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이닥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의사 김현도 원장(온유정신건강의학과의원)이 한국 사회의 집단 우울증 현상과 극복 방법에 관해서 설명한다.
공감 능력이 뛰어난 한국인의 특성
2016년 미국 미시간 대학교(The University of Michigan) 연구진이 63개국 성인 10만여 명을 대상으로 타인의 입장에서 상대방 마음을 이해해 주는 능력 등 공감 능력을 조사한 적이 있습니다. 그 결과 한국은 63개국 중 상위권인 6위에 선정되었습니다. 이는 정(情)으로 대표되는 한국인 특유의 공감문화가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인의 공감 문화는 월드컵 같은 상황에서 단합과 결집이라는 긍정적인 결과를 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세월호나 이태원 참사와 같은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범국가적인 집단 우울증 및 집단 무기력 상황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여기에 대한민국은 인구 밀집도가 높고 가족주의가 강해 한 개인이나 한 가족에게 발생한 부정적인 감정이 쉽게 주변으로 전파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이번 참사가 한국 사회의 기저 우울 및 무기력감을 가중시켜 집단 우울증 현상을 촉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생존자 증후군, 주변의 도움이 필요해범국가적인 집단 우울증을 예방하고 극복하기 위해서는 주변의 관심이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참사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후 생길 수 있는 우울 감정을 적절히 표현하고 환기 시킬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만약 사고 이후 지속적으로 지나친 죄책감과 무기력감을 느낀다면 생존자 증후군(Survivor syndrome)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생존자 증후군은 지나친 경쟁이나 자연재해 및 재난 상황 속에서 가족이나 친구를 잃고 살아남은 이들이 보이는 심리 상태의 일종으로 죄책감, 악몽 등 수면장애, 대인기피, 좌절감 및 우울감 등 부정적 반응을 동반하기도 합니다. 만약 주변에 이러한 증상을 보이는 지인이 있다면, 치료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치료에 거부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주변의 적절한 개입이 필요합니다. 뉴스나 SNS 등 지나친 참사와 관련된 정보 노출은 부정적 감정의 물결 효과를 조장할 수 있습니다. 물론 참사 희생자들과 유족들에 대한 깊은 애도와 위로가 필요한 시기이지만, 정치적·사회적인 목적을 위한 지나친 사고 관련 정보의 노출은 집단 우울증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도움말 = 하이닥 상담의사 김현도 원장 (온유정신건강의학과의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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