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은 살면서 겪을 수 있는 가장 불쾌한 경험 중 하나다. 악몽은 편안해야 할 수면시간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기상 후에 찝찝한 기분을 남겨 하루 일정을 망치기도 한다. 이렇게 악몽은 삶의 전반적인 영역에 악영향을 끼치지만, 때로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때도 있다.
악몽을 통해 배우는 공포 대처 방법스위스 제네바 대학교(The University of Geneva)와 제네바 병원(Hospital of Geneva), 미국의 위스콘신 대학교(University of Wisconsin)의 신경학자로 구성된 공동 연구진의 연구에 따르면, 수면 중에 경험한 공포는 깨어있는 상태에서 맞닥뜨리는 불안·두려움 등의 감정을 제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다시 말해 뇌가 악몽을 통해 공포에 대처하는 방법을 배우고, 현실에서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때 더 쉽게 극복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연구에 앞서, 충분히 무섭지만 극심한 트라우마를 남기지 않을 정도의 악몽이 뇌에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한 가설을 세웠다. 그 후 18명의 참가자를 모집한 다음, 250여 개의 전극을 연결해 뇌의 반응을 살펴보았다. 더불어 89명의 추가 참가자를 모집해 수면과 꿈에 대해서 기록하도록 했는데, 이는 수면 상태에서 느끼는 감정과 깨어있는 상태에서 느끼는 감정 사이의 연관성을 조사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연구 결과, 뇌는 악몽을 통해 공포를 대처하는 방법을 학습한 뒤 비슷한 실제 상황에서 더 효율적으로 대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진에 따르면 "실제로 악몽을 꾼 사람의 뇌를 조사한 결과, 공포·두려움 등을 대처하는 뇌 부위가 활성화 되었다"라고 말하며, "이는 뇌가 악몽을 통해 현실 세계의 공포나 두려움에 대처하는 능력을 기른다는 사실을 시사한다"라고 전했다.또한 악몽을 꾸는 횟수가 많을수록 공포와 연관된 뇌 부분의 활동 또한 증가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연구진은 "이는 꿈을 통해 미래에 닥칠지 모르는 위험에 대처하는 능력을 키우는 훈련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라고 설명했다.
너무 잦은 악몽은 뇌 기능 저하 유발해하지만 너무 잦은 악몽은 뇌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며, 결국은 인지 기능 저하 및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영국 버밍엄 대학교(University of Birmingham) 뇌 건강 센터 연구진은 치매를 진단받지 않은 35~64세 미국 성인 600명과 79세 이상 성인 2,600명을 대상으로 악몽의 빈도수와 치매 발병 여부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연구 참가자들은 설문을 통해 악몽의 빈도수에 대해 대답했다. 연구진은 2002~2012년 사이의 데이터를 수집했으며, 연령대가 어린 참가자는 평균 9년, 고령의 참가자는 5년간 추적 관찰을 했다. 그 결과, 35~64세 성인 중 매주 악몽을 꾸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10년 내에 인지 기능 저하를 겪을 가능성이 4배가량 더 높았다. 더불어 매주 악몽을 꾼다고 응답한 79세 이상 남성은 그렇지 않다고 응답한 사람에 비해 알츠하이머병 위험이 5배 이상 높았다. 연구진은 "중년에 인지 기능 저하와 치매 위험을 조기에 인지할 수 있는 기준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이번 연구 결과는 매우 중요하다"라고 설명하며, "하지만 악몽과 뇌 기능 저하의 연관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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