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기간에는 움직임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아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휴식만큼 운동도 중요하다. 체력과 근력이 있어야 긴 임신 기간을 버티고, 순산의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임신부의 건강을 지키는 운동법과 주의할 점을 알아본다.
임신부가 운동해야 하는 이유는?
1. 근골격계를 강화해야 한다임신 기간에는 원활한 분만을 위해 골반이 열리도록 돕는 릴렉신이라는 호르몬이 생성된다. 릴렉신이 분비되면 근육과 인대가 이완되면서 약해질 수밖에 없다. 또한, 임신 16주 차부터는 배가 불러오면서 무게 중심이 앞으로 쏠리게 되는데, 균형을 잡기 위해 허리를 뒤로 젖히게 된다. 그러나 장시간 동안 허리를 뒤로 젖히면 척추에 무리가 간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운동을 통해 허리 근육을 강화해야 한다. 2. 체력을 증진해야 한다임신부는 태아에게 영양분을 공급하기 때문에 체력을 높여 본인과 태아의 건강을 모두 지켜야 한다. 아울러, 출산 시 근력이 많이 사용되기 때문에 근육량을 늘리면 순산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심폐 지구력과 근력을 강화해야 한다. 미국 산부인과학회(American College of Obstetricians and Gynecologists)에 따르면, 임신 중에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임신부는 허리 통증 감소, 변비 완화, 임신성 당뇨병과 제왕절개 분만 위험 감소, 임신 중 건강한 체중 증가 촉진, 전반적인 체력 향상, 심장과 혈관 강화와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3. 체중이 건강하게 증가해야 한다태아가 자랄수록 임신부의 체중은 증가한다. 이때, 임신부의 관절이 견딜 수 없을 만큼 체중이 급격히 증가하면 무릎, 허리, 발목 등의 관절과 연골에 염증이 발생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으로 체중의 증가량을 적당하게 조절해야 한다. 임신부의 적절한 체중 증가량은 임신 주차, 임신부의 임신 직전 체질량지수에 따라 다르다. 임신 초기인 0~12주 차까지는 체중이 총 0.5~2kg이 증가하는 것이 적절하며, 임신 13주 차부터는 매주 0.5kg씩 증가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캐나다 산부인과협회(The Society of Obstetricians and Gynecologists of Canada)에 따르면 정상 체질량 지수라면 임신 기간 중 11.5~16kg, 과체중 산모는 7~11kg, 비만 산모는 7kg 미만으로 체중이 늘어나는 것이 적당하다. 쌍둥이나 다태 임신이라면 16~20.5kg가 바람직한 체중 증가량이다. 다음은 임신 주 수와 임신부의 체질량지수에 따른 이상적인 체중 증가량이다.
체질량지수(BMI)를 측정하는 방법은 “체중(kg) ÷ 신장(m) x 신장(m)”이다. 체중이 50kg이고 키가 155cm라면 “50 ÷ (1.55 x 1.55) = 20.8”이므로 정상 체중이다. 다음은 체질량지수에 따른 비만 기준이다.
출처: 대한비만학회
적정한 운동량은?
임신부의 체력과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일주일에 150분 동안 운동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하이닥 운동상담 손윤선 운동전문가는 하이닥 칼럼에서 “임신 전 운동을 전혀 하지 않은 임신부는 주 4~5일, 10분씩 걷는 것을 시작으로 매일 30분 운동할 수 있을 정도로 시간을 조금씩 늘리고, 임신 전 가끔 운동했던 임신부는 주 4일, 20분간 운동을 시작으로 매일 30~40분까지 운동량을 늘리면 좋다”며 “임신 전에도 꾸준히 운동했던 임신부는 주 6일, 40분 이상 운동하면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1. 운동량을 진단하는 방법이때, 운동 강도는 대화를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설정해야 한다. 미국 건강정보사이트 Everyday Health는 “운동하는 동안 대화를 이어갈 수 없을 정도로 힘들다면 운동량이 너무 많은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심장 박동 수로 운동량을 점검하는 방법도 있다. 분당 심장 박동 수는 10초 동안 뛴 맥박 수에 6을 곱한 값이다. 심박 수가 분당 140회 이상이라면 운동 강도와 횟수를 조정해야 한다.2. 임신 주차 벼ㄹ 운동량임신 주 수에 따라서도 운동량을 조절해야 한다. 임신 초기인 12주 차까지는 태반이 안정되지 않아 주의가 필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가벼운 운동만 하는 것이 좋다. 태반은 태아와 자궁을 연결하며 태아에게 영양분을 공급하는 중요한 기관이므로, 무리하게 운동하면 유산 가능성이 높아진다. 임신 13주 차부터는 태반이 안정된 시기로, 이전보다 운동량을 늘려도 좋다. 단, 임신 8개월부터는 몸이 무거운 임신 8개월부터는 무게중심이 앞쪽으로 쏠리면서 균형을 잃기 쉽기 때문에 운동 강도를 낮춰야 한다.
임신부에게 좋은 유산소 운동은?
유산소 운동을 하면 심폐 지구력이 향상되므로 체력이 좋아진다. 또, 지방을 태워 체중이 과도하게 증가하는 현상을 막을 수 있다. 이러한 효과는 임신부에게 도움이 된다. 따라서, 임신부는 유산소 운동을 주 3~5회 진행함으로써 체력을 높이고 체중의 급격한 증가를 방지해야 한다. 1. 걷기평평한 땅을 걷는 활동은 임신부의 혈액순환을 돕는다. 혈류의 흐름이 활성화되면 태아에게 영양소가 잘 전달되기 때문에 태아의 건강에 좋다. 또한 산책은 신체와 생활 습관에 많은 변화가 생기면서 쌓인 스트레스를 완화한다. 아울러, 걷기 운동은 체력에 따라 유동적으로 운동 강도를 조절할 수 있어서 체력에 맞게 운동량을 높여 나가기 좋다. 무엇보다 걷기 운동은 무릎이나 발목을 자극하지 않기 때문에 부상 위험이 적다. 2. 고정식 자전거 타기자전거를 타는 활동은 걷기 운동과 마찬가지로 임신부의 심폐 지구력과 체력 향상에 큰 도움을 준다. 더불어 자전거 자체가 움직이지 않아서 임신부가 넘어질 위험이 감소한다. 고정식 자전거를 실내에서 타면 날씨와 상관없이 운동할 수 있기 때문에 계획적이고 꾸준한 체력 관리에도 유용하다. 임신 28주 차부터는 배가 많이 나오므로, 자전거의 핸들 바를 높여서 타면 더 편하게 탈 수 있다. 3. 수영하기수영이 임신부에게 좋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물의 부력으로 인해 몸이 가벼워지면서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수영의 특성은 관절통과 다리 저림을 자주 느끼는 임신부에게 효과적이다. 더불어, 수영을 못하는 임산부도 물속에서 걷거나 아쿠아로빅을 하면서 운동 효과를 충분히 얻을 수 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국민건강지식센터에서 2015년에 작성한 「임신부를 위한 운동 가이드라인」에서는 “수영장에서 사용하는 살균제는 임신 및 태아에게 큰 영향을 끼치는 바가 없다고 알려져 있다”라며 수영의 안전성에 대해 언급했다. 다만, 수영장 바닥은 늘 미끄럽기 때문에 넘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4. 요가와 필라테스 하기포털에서 '임신부 운동'을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에 요가와 필라테스가 뜬다. 그만큼 임신 중에 하기 좋은 운동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요가의 명상은 임신부의 스트레스 해소에 효과적이다. 아울러, 요가 동작에 쓰이는 호흡법은 분만에 필요한 호흡 조절 능력을 향상한다. 필라테스에는 자궁과 골반의 근육을 튼튼하게 만드는 동작이 많아 순산의 가능성을 높인다. 하지만 관절에 무리가 가는 동작들은 부상 위험을 높일 수 있으므로, 임신부를 위한 동작들만 따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간단하게 따라 할 수 있는 근력 운동은?
주 3회 이상의 근력 운동은 임신 기간 체중이 증가하면서 나타나는 허리 통증을 줄여주고, 분만할 때 사용하는 근육을 강화한다. 또한, 근력 운동은 골밀도 감소를 예방하기 때문에 임신부에게 유용하다. 임신하면 혈액 속 칼슘이 태아에게 공급되면서 임신부의 몸속 칼슘 농도가 낮아진다. 이러한 증상은 임신부의 뼈를 약하게 만드는데, 근력 운동을 하면 골밀도가 낮아지는 현상을 방지해 뼈 건강을 지킬 수 있다. 1. 케겔 운동케겔 운동은 질 근육과 더불어 자궁, 방광 근육까지 탄탄하게 만들어준다. 케겔 운동 방법은 항문 쪽에 5초 동안 강한 힘을 줬다가 5초 동안 힘을 푸는 동작을 20~30번 반복하면 된다. 하이닥 산부인과 상담의사 김관수 원장(유로진여성의원)은 하이닥 칼럼에서 “케겔 운동을 반복해도 지치지 않고, 엉덩이가 들썩들썩하는 느낌이라면 자세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라며 “효과적인 케겔 운동 방법을 알고 싶다면, 헬스장에서 트레이너를 만나듯이 여성의원에서 산부인과 전문의를 만나 상담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라고 덧붙였다. 2. 고양이-소 자세 (Cat-Cow Pose)손과 무릎을 바닥에 댄 후, 양손과 양 무릎의 간격을 어깨너비로 벌려 11자를 유지한다. 이때, 체중이 팔에 무리하게 실리지 않도록 팔꿈치를 약간 굽혀야 한다. 준비를 마치면, 숨을 천천히 들이마시면서 고개는 천장 쪽으로 올리고, 허리는 바닥 쪽으로 눌러준다. 그다음, 숨을 내쉬면서 등을 둥글게 말며 배를 향해 고개를 숙인다. 이 자세를 5~10회씩 3번 동안 꾸준히 진행하면 등과 허리, 복부 근력을 키울 수 있다.(하이닥 유튜브 참고: 라인 살아있네! 고양이자세 | 집에서 하는 요가&필라테스 #5)
운동 시 주의할 점은?
1. 임신 12주 차까지는 휴식하기임신 초기는 호르몬의 변화로 몸이 예민한 시기다. 또한, 태아가 자궁에 자리를 잡아가는 시간이므로 유산 위험이 임신 기간 중 가장 높다. 따라서 무리한 운동을 피하고, 가벼운 스트레칭을 해주면서 안정을 취하길 권장한다. 12주 이후부터는 일주일에 3번 이상 운동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 좋다. 2. 부상 위험이 큰 운동 피하기스키, 승마, 달리기 경주처럼 넘어질 가능성이 큰 운동은 피해야 한다. 더불어, 구기 종목인 테니스, 농구, 축구 등은 공으로 인해 마찰이 생길 확률이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 아울러, 2,500m 이상인 고지대에서 운동하면 자궁 내에서 흐르는 혈류량이 줄어든다. 혈류순환이 줄어들면 태아에게 공급되는 영양소가 감소하면서 유산과 조산 위험이 높아진다. 위와 같은 스포츠를 평소에 즐기는 임신부와 스포츠 선수는 산부인과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운동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 3. 충분한 수분 섭취하기수분이 부족하면 어지럼증과 두통이 나타나 부상 위험이 커진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운동 전후뿐만 아니라, 운동 중에도 목이 마를 때마다 틈틈이 물을 마셔야 한다. 또, 너무 덥하고 습한 날에는 수분이 쉽게 부족해지므로 야외 활동을 피하는 것이 좋다. 운동할 땐 꽉 조이는 옷보단 통풍이 잘되는 헐렁한 운동복을 착용해야 편하게 운동할 수 있다. 아울러, 부종으로 발이 붓는 현상을 대비해 쿠션이 있는 운동화를 신는 것이 바람직하다. 4.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운동 중단하기운동 중이나 운동 직후에 어지럼증과 가슴 통증이 심하다면 운동을 그만하고, 운동량과 횟수를 줄어야 한다. 미국 건강정보사이트 Everyday Health에서는 “현기증, 실신, 두통, 숨 가쁨, 심장 두근거림, 자궁 수축, 질 출혈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멈춰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통증이 나타나면서 자궁이 수축하거나 양수가 새는 증상이 사라지지 않으면 반드시 산부인과에 내원해야 한다. 5. 질환이 있다면 의료진과 논의하기심혈관 질환, 폐 질환뿐 아니라 자궁경부 무력증, 자궁 출혈이 있는 임신부는 반드시 운동 전에 의료진과 상담해야 한다. 조산 위험이 크거나 임신성 고혈압과 임신중독증을 앓을 때도 전문의와 논의 후 운동해야 안전하다. 아울러, 자궁 출혈이 있다면 전치태반일 가능성이 높다. 서울아산병원에서는 “전치태반은 태반의 위치가 비정상적인 위치에 있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전치태반이 나타나는 임신부가 의료진과의 상담 없이 운동하면 인해 자궁 출혈이 심해져 임신부와 태아 모두 위험해질 수 있다.도움말 = 하이닥 상담의사 김관수 원장 (유로진여성의원 산부인과 전문의) 하이닥 운동상담 손윤선 (운동전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