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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쉬운 신경질환사전] 갑자기 한쪽 얼굴이 움직이지 않는다면?...벨마비(구완와사)
[쉬운 신경질환사전]은 신경과 전문의 이한승 원장(허브신경과의원)과 하이닥이 생활 속의 신경과 질환이라는 주제로 기획한 시리즈 기사입니다. '눈꺼풀떨림', '어지럼증',' 손발저림', '각종 두통' 등 흔하지만 병원까지 방문하기에는 애매한 증상을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합니다.



직장인 '갑'은 평소 건강에 별다른 문제가 없는 30대 직장인입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오른쪽 뒷머리, 특히 귀 뒤쪽으로 두통이 은근하게 있어 일단 일반 진통제를 복용하며 증상을 관찰했습니다. 다음날 아침 양치질 중 왠지 우측 입가로 물이 약간 새는 듯한 기분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안면마비는 구안와사라고도 불린다



일단 증상이 애매하여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증상이 점차 악화되었고, 당일 저녁에는 확실히 우측 입가의 근력이 떨어지고 우측 눈도 뻑뻑해졌습니다. 다음 날 아침부터는 우측 혀에 맛이 좀 덜 느껴지기도 시작하였습니다. 걱정되는 마음에 인터넷으로 여기저기 검색을 해 보다가 벨마비가 아닐까 우려되어 신경과를 내원했습니다.



벨마비, 구안와사

한쪽 얼굴의 전체 즉 '이마', '눈 주변', '뺨', '입가' 근육에 마비가 발생하는 것을 말초성 안면마비라고 부릅니다. 이러한 유형의 안면 마비에서 가장 중요하고 흔한 병이 바로 벨마비 (Bell’s palsy)입니다. 오래전에는 '구안와사', '와사풍'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그냥 단순하게 '입이 돌아간다'고 표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벨마비는 편측 안면마비와 안면신경의 연관성을 최초로 기술한 스코틀랜드의 외과의사 찰스 벨(Chales Bell)의 이름을 따 명명되었습니다. 이 병은 편측 안면마비 전체 원인의 70% 정도를 차지하며, 매년 1만 명당 1~4명에게 발생합니다.전체 인구에서 약 1.5%는 평생에 한 번은 이 병을 앓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신경계 질환으로 한정할 때 그리 낮은 빈도는 아닙니다. 폭발적으로 생기진 않지만, 주변에서 꾸준히 발견되는 질환입니다. 벨마비는 7번 뇌신경인 안면신경(Facial nerve)이 염증으로 인해 파괴되며 발생합니다. 그런데 이 염증이 왜 생기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최근 연구에서는 염증 발생의 원인으로 일부 바이러스 감염과의 연관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연관된 바이러스성 질환으로는 '헤르페스(피곤할 때 입가 물집 잡히는 병)', '수두', '대상포진', '감염성 단핵구증', '인플루엔자 B', '수족구병', '볼거리' 등이 있습니다. 이렇게 바이러스 감염증이 생겼을 때 완치가 되지 않고 일부가 안면신경의 핵에 잠복되어 있다가, 몸이 피곤할 때나 면역기능이 떨어질 때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당뇨 환자분들에게 벨마비가 더 잘 발생합니다. 정확한 원인은 모르지만, 임신 말기나 출산 직후에도 벨마비 위험이 높습니다.



벨마비의 증상은?

벨마비가 시작되면 약 일주일 동안 증상이 악화됩니다. 염증이 생기면서 사라지지 않고 안면신경을 계속 파괴합니다. 그 결과, 편측 안면 마비가 점점 심해지면서 눈이 잘 감기지 않고, 입은 반대 측으로 돌아가게 됩니다(병변 측의 입꼬리를 당기는 근유의 힘이 약해지는데 반대쪽은 정상이어서 그렇습니다). 또한 동측 혀 반측의 미각이 이상해지고, 동측 귀가 큰 소리를 들을 때 윙윙 거릴 수 있습니다. 심한 경우에는 동측 비강에서의 콧물 분비나, 눈에서의 눈물 분비, 이하선에서의 침 분비에 이상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마비만 발생하는 경우에 비해 미각, 청력, 분비샘의 이상이 생기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심한 경우라 할 수 있으며, 치료에 좀 더 시간이 걸립니다. 치료를 하지 않아도(여기에서의 치료는 현대적 치료를 제대로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3~4주부터는 자연적으로 서서히 회복되기 시작합니다. 약 6개월 정도가 지나면 70~85% 정도의 호전율을 보입니다. 안면신경과 같은 말초신경의 경우 손상 후 약 2년까지는 자연적인 회복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그 호전의 90%는 첫 6개월간 이루어지기 때문에 초기에 얼마큼 많이 회복되느냐가 중요합니다.



초기 치료가 가장 중요

가급적이면 발병 후 3일 내에 제대로 된 치료에 들어가야 합니다. 벨마비의 초기 증상인 귀 뒤쪽 통증이 시작한 시점으로부터 3일 이내면 더더욱 좋습니다. 재활치료의 기간과 예후가 모두, 얼마나 덜 마비가 된 상태로 진행을 막았는지에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약물치료의 1차 목적은 신경 염증이 더 진행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신경염증은 일반적인 소염제에 전혀 반응하지 않기 때문에 과량의 스테로이드를 처방하게 됩니다. 이 스테로이드를 처방함에 있어 의사는 2가지 면을 신경 써야 합니다. 신경 염증을 충분히 제어할 만큼의 양을 써야 하고, 가급적 단기로 처방하여 스테로이드에 의한 약물 부작용(혈압 상승, 혈당 상승, 체중 증가 등)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스테로이드와 더불어 신경염증을 줄여주는 주사를 병행할 수도 있습니다. 약물치료의 2차 목적은 재발 방지입니다. 비록 국제적인 치료 가이드라인에서 벨마비 치료에 항바이러스제 사용을 고려해 볼 수 있는 옵션으로 분류했지만, 제 경험상 항바이러스제를 사용하면서 재발성 벨마비가 극히 줄어들었습니다. 우리나라처럼 약 값이 비싸지 않는 나라에서는 사용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치료의 90%는 초기 1주 내에 이루어집니다. 벨마비의 후유증인 '연합운동증', '불완전한 근력 회복', '반측 안면경련'이 생길 위험은 마비의 진행을 어느 단계에서 막았는지가 결정합니다. 초기에 빨리 치료해서 약한 수준의 마비에서 막았다면 예후는 매우 좋습니다. 2주 차부터는 마비된 근육에 대한 재활치료를 하게 됩니다. 물론 이 재활치료 역시 옵션으로 분류는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재활치료를 하지 않을 때 환자들이 답답한 마음에 치료 이외의 것을 하러 다니는 것을 종종 봅니다. 우리나라는 건강보험의 혜택으로 벨마비에 대한 일반적인 재활치료는 몇 천원 수준입니다. 그리고 재활 기간 역시, 초기 치료 성공에 의해 결정됩니다. 예를 들어 치료를 시작할 때 마비가 이미 80% 이상 진행된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경우에는 초기 치료가 성공적이어도 90% 정도의 마비로 막게 됩니다. 이러한 경우 재활치료에 3~6개월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증상이 생기자마자 제대로 초기 치료와 재활치료를 하면 신경계 질환 중에서는 비교적 쉽게 낫는 병이므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벨마비 치료 시 하면 안 되는 3가지

첫째, 음주는 안됩니다. 알코올은 약하긴 해도 신경에 독으로 작용합니다. 벨마비 재활치료 중 음주를 하면 갑자기 회복이 더디어지는 경우를 경험합니다. 둘째, 잠을 충분히 자야 합니다. 충분한 숙면이란 평일 최소 7시간을 중간에 깨지 않고 푹 자야 하며, 주말에는 충분한 수면 보충이 이뤄져야 합니다. 신경은 주로 자는 동안 회복됩니다. 수면의 질과 양이 확보되지 않으면 신경의 병이 낫기 힘듭니다. 셋째, 얼굴에 침습적인 것, 혹은 세게 누르는 행위는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신경이 다시 자라나기 위해서는 본래 신경이 지나갔던 통로들이 잘 보존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벨마비 치료를 해 보면 생활적인 부분의 문제로 잘 낫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부분에 있어 충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오늘의 신경과 전문의 경험오미크론 변종 감염은 인후통만 앓고 지나가서 가벼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 환자 중 오미크론 변동 감염이지만 가벼운 인후통만 경험하신 분께 가벼운 인지 기능 검사를 했더니, 대부분 학력과 걸맞지 않은 암산 능력의 저하(순차적으로 숫자 빼기)를 경험했습니다. 이러한 계산능력의 저하는 집중력 및 단기기억력 저하가 원인이었습니다.아무리 오미크론 변동이라 하더라도, 전두엽의 아래쪽과 해마방회(Parahippocampal gyrus)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코로나 걸렸다가 회복하신 분들께서는 위와 같은 현상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충분한 휴식과 영양을 취할 것을 권합니다.도움말 = 하이닥 상담의사 이한승 원장 (허브신경과의원 신경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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