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마약 청정국'으로 불렸던 대한민국에서 사회적 이슈로 '마약'이 자주 거론되고 있다. 과연 우리 한국 사회를 병들게 만들고 있는 마약에는 어떤 종류가 있으며, 마약 남용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해 하이닥과 주준경(위례중앙약국) 하이닥 상담약사가 나섰다.
펜사이클리딘(PCP, Phencyclidine). 한때 미국에서 베트남 전쟁을 반대하는 반전 시위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했다. 환각작용을 하는 약물로, 금지약물로 지정되기 직전까지는 1970년대 미국 사회를 관통했다. 오남용 시 인체에 큰 악영향을 미치는 펜사이클리딘은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을 해칠 정도로 심각한 정신질환 증세와 자살 시도 유도하는 부작용을 가지고 있다.
반전 운동이 퍼뜨린 환각제
펜사이클리딘(PCP, Phencyclidine)은 1957년 제약회사 파키 데이비스(Parke-Davis & Co)에서 마취제로 사용하기 위해 개발했고, 세르닐(Sernyl)이라는 이름의 약물로 처음 출시되었다. 하지만 정신 질환 유발과 같은 심각한 부작용이 존재한다고 밝혀지자, 1965년부터 의료용으로 사용이 중단되었다. 그 이후, 이 약은 미국에서 1967년 베트남 전쟁을 반대하는 시위에서 평화의 약(PeaCe Pill)이라는 이름으로 마약처럼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 이후 천사의 먼지(Angel dust), 돼지(Hog) 등의 별칭으로도 불리며 미국 전역에서 오남용이 확산되었다. 그 이후 미국에선 1978년 통제 약물로 지정하고, 1년 뒤 법적으로 이 약물의 제조는 중단되었다.펜사이클리딘은 흰색 결정의 분말로, 물과 같은 수용성물질에 쉽게 녹고 쓴맛을 낸다. 제조자 또는 유통사에 따라 다양한 첨가제와 섞여서 제형, 색상 모두 각양각색으로 유통된다. 주로 가루를 물에 녹여 담배나 마리화나에 적셔 피우는 방식으로 약물을 흡입한다.
자살시도를 높이는 마취제
펜사이클리딘은 1957년에 마취제로 개발된 이후, 수술 용도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마취에서 깨어나면서 많은 수의 환자가 착시, 황홀 등을 경험하였으며, 정신병 증상을 나타냈다. 조사 결과, 해리성 마취제로 '혼수', '발작' 및 '자살시도'를 높일 수 있다는 부작용이 발견되었다. 결국 1965년에 사람을 대상으로 한 의료적 사용을 중단하였으며, 1967년부터 대형 동물용 마취제로 사용되기 시작했다.펜사이클리딘이 최초로 불법으로 사용된 곳은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의 음악회이다. 당시 베트남 전쟁이 일어났는데, 반전 시위를 할 때 쓰이는 약이라는 의미로 'PeaCe Pill(PCP)'이란 이름으로 주로 유통되었다. 주로 미국에서 사용했으며, 1970년대에 그 사용량의 정점을 찍었다. 1970년대 후반에는 미국 고등학생의 13%가 PCP를 경험해 본 적이 있을 정도였다.당국에 의해 1978년에 통제 약물로 지정되었으나, 오남용은 계속되었다. 결국 1990년대 말까지 약 650만여 명의 미국인이 펜사이클리딘을 사용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현재는 마리화나에 펜사이클리딘을 섞어서 피우는 방식이 가장 일반적이며, 미국의 갱단들이 두려움을 없애주는 각성제라며 사건 사고를 일으키기 전에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펜사이클리딘의 오남용
펜사이클리딘의 사용량은 보통 5~10mg 정도이며, 5mg 정도의 저용량을 사용하면 다른 향정신성 마약을 한 것과 유사한 해방감과 마취 효과를 나타낸다. 그러나 효과를 위해서 점점 더 높은 용량을 원하게 된다.10mg의 펜사이클리딘은 의식 상태를 혼미하게 만든다. 혼미한 정도는 졸음보다 깨우기 어렵고, 반 혼수상태(Semi-coma)보다는 높지 않은 무의식 단계이다. 사지가 마비되고, 공중에 붕 떠있는 느낌, 꿈을 꾸는 듯한 느낌, 그리고 자신이 주변과 분리되어 멀어지는 것과 같은 기이한 인식의 변화와 환각을 경험하게 된다. 펜사이클리딘을 구강으로 투여할 경우에는 30~60분 이내에, 흡연으로는 더욱 빠르게 효과를 내어 몇 분 이내에 약효가 나타난다. 지속 시간은 방법에 따라 다르지만 짧게는 6시간에서 길게는 2일까지도 지속된다.고용량의 펜사이클리딘은 기억상실, 우울증과 같은 정서 장애뿐만 아니라 집중력 상실, 논리적인 생각의 결핍, 말이 끊기는 것과 같은 인지장애를 나타낸다. 특히, 펜사이클리딘을 복용한 후 경험하는 환각은 공포심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으며, 다양한 시각 및 청각적인 환각을 통해 공포감을 느낀다고 한다. 또한, 앞으로 일어날 미래의 일들에 대해 절박하고 속수무책인 상황으로 판단하게 되어 눈앞이 캄캄해지는 느낌(Feeling of impending doom), 자신이 주변으로부터 피해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심각한 걱정이나 두려움을 느끼는 망상장애 및 조현병과 명확하게 정의 내릴 수 없는 여러 가지의 정신병을 동반한다.
펜사이클리딘을 오남용하면 나타나는 결과
펜사이클리딘은 심리적, 육체적 의존성을 가지고 있으며, 강한 내성을 갖고 있어서 끊임없이 약물을 찾게 된다. 자신이 사회로부터 괴리되는 느낌을 느껴 반사회적이게 되며, 우울증 및 정신병을 동반한다. 한 번 시작하면, 약을 하고자 하는 강한 욕구를 가진다. 약을 중단하면 '두통', '졸림', '우울함', '발한'과 같은 일반적인 마약의 금단 현상을 경험한다. 펜사이클리딘은 뇌의 지방 조직에 축적되어 분해가 매우 느리게 일어나, 약물 사용을 중단한 이후에도 약효가 간헐적으로 지속되어 환각이 재현되는 플래시백(Flashback) 현상으로 끊임없이 고통받는다.펜사이클리딘은 뇌의 여러 신경전달 과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대표적으로 뇌의 시냅스(Synapse) 발달과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효과로 해마(Hippocampus)와 같은 뇌의 특정 영역에서 신경전달을 억제될 수 있으며, 장기간 사용 시 소뇌에 영향을 끼쳐 기억의 소실까지 이어질 수 있다. 또한 NMDA 수용체에 길항제로 작용하여 환각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신경독성을 야기하여 뇌병변까지 일으킬 수 있다. 정신분열증과 같은 병변을 일으킬 수 있으며, 뇌 전도의 변화까지 일으켰다.펜사이클리딘을 주로 사용하는 미국에서는 다양한 피해 사고가 전해진다. Big Lurch로 알려진 래퍼 싱글톤(Antron Singleton)이 펜사이클리딘에 취해서 친구의 여자 친구를 살해한 후, 신체의 일부를 훼손하기도 했다. 또, 다른 래퍼 휴스턴(Houston)은 환각에 취해 본인이 예수 그리스도라고 믿고 자기 눈알을 스스로 찔러 실명했다. 이러한 사례는 펜사이클리딘에 의한 환각이 형용하기 어려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도움말 = 하이닥 상담약사 주준경 약사(위례중앙약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