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은 증상을 겪는 환자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우울증이 눈에 크게 띄는 증상을 보이는 질환이 아니라 그 영향을 알아차리기 어렵다. 그러나 어느새 정신을 차리고 나면 이미 삶의 많은 부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러한 변화를 알아차리고 미리 예방하고 환자를 도울 수 있을까?
우울증이 가족에게 미치는 영향, 하이닥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의사 전한솔 원장(구로푸른솔정신건강의학과)이 자세히 설명했다. 전한솔 원장: 우울증은 환자의 삶에 다양한 방식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복잡한 질환이며 환자뿐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실제로 코로나 블루 등으로 인해서 2021년 현재 국내 우울증 유병률이 38%에 이른다는 OECD 통계도 있는 만큼, 우리 모두가 가까운 지인으로부터 우울증을 직·간접적으로 영향받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다른 질환과 달리 우울증은 환자 본인이 자연스럽게 말을 하는 경우가 적어서 알아채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따라서 우울증을 의심할 수 있는 변화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우울증을 겪는 환자들이 보이는 삶의 변화들
우울증을 겪게 되면 삶에서 미묘한 변화들이 나타나게 된다.
어질러진 방세탁하지 못하고 더러워진 옷가지들식사를 거르게 됨약속을 자주 취소함하루 종일 침대에만 누워있음
이런 증상들은 일상생활 속에서 무심코 지나치기가 쉽고, 무관심 속에 환자들의 우울증이 더욱 악화되기도 한다. 또한, 주변 친구들 역시 환자가 갑자기 친구를 피하는 모습에 의문을 가질 수도 있고, 배우자도 집안일을 하지 않는 환자의 모습에 크게 실망할 수도 있다. 자녀들 역시 환자가 충분히 놀아주지 않는 것에 좌절하게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점들이 바로 우울증이 소위 ‘가려진 질환’이라고 말하게 되는 이유가 될 것이다. 우울증은 내과 질환과 달리 환자가 본인의 상태를 설명하지 않는 한 주변 사람들이 알아차리기가 어렵고, 관계가 소원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우울증의 대표적 증상 중 하나인 죄책감과 삶에 대한 무가치감으로 인해서 환자들은 가족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에 과도한 죄책감을 느끼게 되고 이는 가족 관계의 어려움을 더욱 유발할 수 있다.
가족들이 겪게 되는 변화들
주변 사람들 역시도 환자의 우울증으로 인하여 죄책감을 느낄 수 있다. 한 명의 가족이자, 도움을 주는 사람으로서, 환자의 우울증을 ‘고쳐 주어야 하는 문제’로 인식하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은 환자의 우울증이 자신의 잘못으로 인하여 환자에게 영향을 끼쳐 발생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우울증은 단순한 한 가지 원인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오히려, 유전적, 생물학적, 환경적 요인의 복합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므로 가족과 친지들은 그러한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울증 환자로 인해서 주변 사람들도 다음과 같은 증상을 겪게 될 위험이 증가하게 된다.
번아웃소진되는 느낌우울증정신적 스트레스불안과 공포가족으로서의 무력감
보통 가족 구성원들은 이런 증상으로 스스로에게 굉장히 화가 나거나 예민해지기도 하며, 이는 죄책감으로 이어져 2차적인 우울 증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가족들이 우울증 환자를 어떻게 대하는지는 치료 결과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러나 가족들이 겪게 되는 증상들로 인해 올바른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고 환자의 경과에 좋지 않을 수가 있으므로, 정신건강의학전문의를 만나 상담하는 것이 중요하다.
연인 관계에서의 변화들
우울증은 연인 관계에서도 많은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대표적 증상 중 하나인 피로감과 예민함, 사회적 교류 감소는 종종 연인에 대한 무관심으로 오해되기 쉽다. 또한 환자가 스스로도 우울증임을 인지하지 못한다면, 이전에 비해 갈등이 증가하기도 한다. 만약 이전과 비교해서
과도한 수면 / 불면집중력의 저하데이트에서의 흥미 저하사소한 것에서의 감정 조절의 어려움에너지 저하
등의 증상을 보인다면, 관계에서의 문제보다는 우울증의 증상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부모의 우울증이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들
아이의 육아에 있어서도 부모의 우울증이 여러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우울증이 있는 부모는 아이와의 상호작용 시간이 줄어들 수 있고, 아이의 요구 사항에 잘 대처하지 못할 수 있다. 이러한 사회적 고립은 아이의 사회 적응력을 감소시킬 수도 있고 아이에게 우울증이 2차적으로 발생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우울증 엄마를 둔 영아는 상대적으로 더 자주, 더 크게 우는 경향을 보임 우울증 부모를 둔 자녀의 행동 문제가 더 많이 관찰됨우울증 부모의 자녀에게서 ADHD가 더 많이 관찰됨
따라서 부모가 우울증이 있을 경우 본인뿐 아니라 아이를 위해서도 적극적으로 우울증을 치료할 필요가 있다.
도움말 = 하이닥 상담의사 전한솔 원장(구로푸른솔정신건강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