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혈액 속에는 적혈구가 있고, 적혈구는 철분으로 구성된 헤모글로빈(혈색소)을 포함한다. 적혈구 속 헤모글로빈은 몸 안의 산소를 운반하는데, 철분이 부족하면 헤모글로빈과 적혈구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체내 조직의 산소요구량을 충족시키지 못하게 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빈혈’은 이렇듯 몸속 조직에 산소량이 부족해지면서 나타난다.
소아나 청소년은 ‘철 결핍성 빈혈’을 겪는 사례가 많다. 철 결핍성 빈혈은 말 그대로 철분이 부족해서 나타나는데, 철분이 부족해지는 현상은 대개 성장 과정에서 나타난다. 철 결핍성 빈혈은 아이의 성장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다른 질환에도 취약하게 만들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한 질환이다. 문제는 부모가 이러한 증상을 인지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소아청소년과 고지원 교수(순천향대학교병원 부속 천안병원)는 “아이에게 나타나는 신체 변화를 바르게 인지하고 질환 여부를 조기에 파악해야 한다”라고 강조하며 철 결핍성 빈혈의 원인과 증상, 대처 방법을 설명했다.
Q. 소아 철 결핍성 빈혈의 원인이 궁금합니다A. 가장 먼저 ‘출생 시 저장된 철의 부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신생아의 경우 철분의 저장은 주로 임신 말기에 일어납니다. 조산한 경우라면 저장 철 부족으로 더 쉽게 결핍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저출생체중아 역시 저장 철분이 부족할 수 있고, 출생 전후 실혈의 위험이 큰 편이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철분 섭취 부족’도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보통 만삭아에서 생후 3~6개월까지는 태내에 저장된 철분으로 충당이 되지만, 6개월이 지나고 철분 섭취가 부족해지면 철 결핍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유식 보충 없이 완전 모유 수유만 하거나, 돌 이전에 생우유 섭취가 많은 경우, 만성 설사나 위장의 이상도 빈혈의 원인이 됩니다. 특히 생우유의 경우, 1세 미만 영아에게 조기 투여하거나 1세 이후라도 500-700mL 이상의 많은 양을 수유한다면 아이의 장 점막에 상처를 일으켜 장 출혈까지 일으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급격한 성장으로 철 수요량이 증가하면서 철 결핍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조산아, 생후 6개월~3세 사이, 그리고 11~17세 사이라면 철 결핍에 더욱 신경 써야 합니다.
Q. 아이 몸에 철분이 부족해졌을 때 나타나는 증상은 무엇인가요?A. 가장 흔한 증상은 ‘안면 창백’입니다. 다만, 혈색소가 7~8g/dL까지 감소할 때까지도 창백한 증상이 확연히 나타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세심하게 관찰해야 합니다. 손바닥이나 손톱 밑바닥, 결막에서도 창백한 증세가 관찰될 수 있습니다.또한 혈색소 수치가 떨어질수록 식욕이 저하되고 자주 칭얼거리는 행동을 보일 수 있고, 심비대, 맥박 수치 증가, 기능성 심잡음도 들릴 수 있습니다. 간혹, 흙이나 종이 등 영양가 없는 것을 반복적으로 먹는 이식증을 보이는 사례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철 결핍성 빈혈은 영유아기 신경 발달 및 인지능력 발달에 장애물이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철 결핍성 빈혈이 수면-각성 주기에 영향을 끼치고, 이로 인해 자다가 깨거나 보채는 등의 수면 장애를 유발될 수 있다는 연구 보고도 있습니다.
Q. 철 결핍성 빈혈이 의심될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A. 소아의 철 결핍성 빈혈을 진단하려면, 단순 철분 제제를 복용하기 전에 병원을 방문해서 병력 청취와 신체검사를 면밀히 시행해야 합니다. 혈액 검사를 통해 혈색소 및 철 결핍 증상 여부를 파악해서 빈혈 유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혈액 검사에는 혈청 훼리틴(ferritin), 혈청 철, 총 철결합능, 트란스페린(transferrin) 포화도, 대변 잠혈 검사 등이 포함됩니다. 한 종류의 검사만으로 진단이 어려운 경우, 철분 제제를 투여해서 혈액 수치가 1~2g/dL 이상으로 나타나면 철 결핍으로 진단할 수 있습니다. 정상 범위의 헤모글로빈 수치는 나이와 성별에 따라 다르며, 보통 생후 6개월에서 6년까지는 평균 12g/dL, 7세에서 12세 사이에는 평균 13g/dL, 그 이상의 연령에서는 남성이 16g/dL, 여성이 14g/dL입니다.
Q. 철 결핍성 빈혈, 어떻게 치료하면 될까요?A. 먼저 철 부족의 원인을 확인해야 합니다. 식습관 개선과 더불어, 원인 질환이 있다면 그 질환을 치료하면서 경구 철분제를 병행해서 복용하기도 합니다. 경구 철분제의 용량은 원소 철(Elemental Iron)로 계산하며, 식사 사이에 3-6mg/kg/일(하루 최대 200mg)을 1~2회 복용합니다. 미국 소아과학회에서는 철 결핍 빈혈의 위험성이 높은 경우일수록 경구 철분제를 더 많이 보충해야 한다고 권고합니다. 철 결핍성 빈혈 치료의 목표는 혈색소 증가입니다. 치료 이후 혈색소 수치가 정상화되었어도 2~3개월 동안은 경구 철분제를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저장 철을 공급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소아의 경구 철분제 유형은 알약형, 액상형, 분말형 등 다양합니다. 부작용은 드문 편이지만, 간혹 청소년이나 성인에게서 복통이나 변비, 오심과 같은 위장 장애가 나타날 수 있고, 영아의 경우 장으로 나온 철분 성분이 변을 검게 보이게 할 수 있으나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최근에는 소아의 흡수율 및 생체이용률을 높이는 한편, 철 고유의 비린 맛을 피하면서 변비와 위장장애를 최소화할 수 있는 액상형 제품도 개발되어 시판 중입니다. 유럽 SCIE급 논문에 등재한 닥터라인 헤모키즈®를 비롯해, 훼럼 키드액 등이 대표적인 액상형 소아 철분제입니다. 철분제는 가능한 식사 사이에 복용하고, 치즈나 생우유 등의 낙농 제품은 철분 흡수를 감소시킬 수 있으므로 우유는 하루에 500mL 이상 섭취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비타민 C가 함유된 과일과 육류로 만든 이유식은 철분 흡수에 도움을 주며, 철분이 풍부하게 함유된 김 ·미역 ·다시마 ·바지락 ·소고기 ·콩 ·쑥 등을 식단에 적절히 활용하면 철 결핍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도움말 = 소아청소년과 고지원 교수 (순천향대학교 부속 천안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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