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10일 이탈리아 밀라노의 폴리클리노코 병원에 25세의 한 여성이 내원했다. 그녀의 증상은 몸에 생긴 붉은 점과 인후염, 발열 등이었으며, 5개월간의 치료로 피부는 완치되었지만 병명은 확인되지 않았다. 그로부터 두 달 뒤, 여성의 피부 조직에서 코로나19 감염 흔적이 발견되어 뒤늦게 ‘코로나 0번 환자’ 사례로 주목 받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세계보건기구(WHO) 코로나 기원 조사팀이 ‘코로나 0번 환자’를 찾지 못해 난관에 부딪혔다고 보도했다. 지난 1월 영국 피부학회지(British Journal of Dermatology)에 게재된 논문은 이 여성이 남긴 작은 피부 조직 샘플에서 코로나바이러스의 흔적을 발견했다고 밝혔지만 이 여성을 찾지 못해 곤욕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밀라노대와 유럽종양학연구소(EIO) 공동 연구팀의 연구진은 “당시 피부 발진은 코로나19 감염에 따른 증상으로 보인다”고 보고했다. 즉, 이 환자가 2019년 11월에 이미 코로나19에 감염됐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코로나19 첫 감염자가 중국 우한에서 보고된 것은 2019년 12월이다. 과학자들은 첫 보고 전 감염자가 존재했다는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언제 퍼졌는지에 대한 증거가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이에 대해 영국 켄트대 연구진은 SARS-CoV-2 바이러스가 2019년 10월 초에서 11월 중순 사이 처음 출현했을 것이라 추정한다. ‘코로나 0번 환자’ 사라져과학자들은 이 여성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가 코로나19에 대한 많은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 믿는다. 문제는, 아무도 그녀가 누구인지, 어디 사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이 이탈리아 여성의 세부사항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그녀를 치료한 피부과 의사, 라파엘레 지아노티 박사일 것이다. 그는 이 연구를 주도한 인물로,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자 병명이 확인되지 않았던 환자들의 조직 샘플에 검사를 실시한 인물이다. 그러나 환자의 인적 사항을 보관하고 있었을 지아노티 박사가 사망하며 환자에 대한 정보도 같이 증발해버렸다. WHO, 각국의 ‘0번 환자’ 찾아야 해연구진은 “당시 피부 조직 재분석으로 코로나19 감염 흔적을 발견했지만, 조직이 너무 분해돼 바이러스의 유전체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충분한 샘플이 있었다면 바이러스의 유전 물질을 서열화시켜 중국 사례와 비교할 수 있었을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조사팀은 찾지 못한 이탈리아 ‘0번 환자’를 대신하기 위해 각국에 다수 샘플을 요청한 상황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정보가 극히 부족하다. 2019년 12월 이전 코로나19 감염 사례에 대한 정보가 모이면 유전체를 비교할 수 있을 것이며, 그것은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바이러스가 어떠한 경로로 확산되었는지 알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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