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72차 세계보건기구(WHO) 총회에서는 게임사용 장애((Gaming Disorder)에 대해 ‘6C51’이란 질병 코드를 부여하는 내용이 담긴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WHO는 게임사용 장애를 게임에 대한 통제 기능이 손상돼, 직장이나 학업 등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우선시하며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하는데도 게임을 중단하지 못하는 행위로 정의하고, 이런 현상이 12개월 이상 지속하는 경우를 진단 기준으로 제시했다. WHO가 승인한 개정안은 2022년 1월에 발효되며, 우리나라의 질병분류체계인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에 등재되는 것은 2026년쯤에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심각한 게임장애, 질병 분류에 대한 국내 의견은 분분해한국은 모바일게임을 가장 열성적으로 하는 나라 중 하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10~65세 일반인 3,020명을 대상으로 2017년 7월 이후부터 1년여 동안의 게임 이용 여부를 조사했다. 그 결과 67.2%가 게임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모바일게임이 88.3%로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여성보다는 남성이, 연령별로는 30대 이하가 40대 이상보다 게임 이용률이 상대적으로 높게 조사됐다. 2017년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이 제공한 한국 모바일게임 사용분석에 따르면, 국내 모바일 게임 이용자는 24,800,000명이며, 하루 2.31개의 게임을 49분가량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장 많이 하는 모바일 게임은 스마트폰 과의존과도 연관이 깊다. 특히 스마트폰 과의존 현황은 청소년이 가장 취약하며, 유·아동의 경우는 최근 3년 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스마트폰 과의존과 관련이 높은 콘텐츠로는 스포츠 배팅, 게임 등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성장기의 아동과 청소년의 경우에는 게임 중독 수준이 높을수록 충동성과 공격성이 강하고 자기 통제력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일부 의료계와 업계에서는 반대의 목소리도 높다. 게임중독은 단순히 게임 때문이 아니라 우울증과 같은 정신 질환이 공존하는 경우가 많고, 게임을 즐기는 사람을 정신질환자로 낙인찍힐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게임업계에서는 ‘게임은 무조건 나쁜 것’이라고 규정하는 것처럼 받아들이는 것 같다는 견해를 밝히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게임에 중독되면 우리 몸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까?게임에 중독되면 가장 먼저 나타나는 증상은 ‘시간 감각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낮과 밤의 구분이 모호해지며, 게임 시간을 조절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그만해야겠다는 의지는 매번 꺾인다. 이로 인해 업무 성과가 떨어지거나 대인 관계가 줄어지고, 심하면 컴퓨터가 있는 방이나 PC방에서 며칠간 꼼짝하지 않고 게임을 하는 지경에 이른다. 특히 아동과 청소년의 경우는 컴퓨터 사용 시간을 놓고 가족과 갈등이 생기고 폭언과 공격적인 행동이 나타나기도 한다.
2009년, 분당서울대학교 병원 핵의학과 김상은 교수팀이 인터넷 게임 중독자의 뇌 구조를 양전자방출단층활영(PET)기법을 이용해 연구한 결과, 인터넷 게임과다 사용자는 정상 사용자보다 높은 충동성을 보였다. 또한 오른쪽 안과 전두피질, 왼쪽 미상핵, 오른쪽 도회에서 정상 사용자에 비해 높은 대뇌 활동성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충동 조절, 보상처리, 중독과 관련된 인지기능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대뇌 영역으로, 인터넷 게임을 과다 사용할 경우 대뇌 포도당 대사 및 활동성과 연관돼 물질 남용, 행동중독 및 충동조절장애 등과 흡사한 뇌신경학적 기전을 보였다. 즉, 인터넷 게임중독자와 코카인 중독자가 유사한 대뇌 신경학적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음을 단적으로 나타낸다.
이 밖에도 손목 질환과 어깨 저림, 요통 등 근골격계 상의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수면 부족으로 인한 수면 장애로 주의력 결핍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청소년의 경우에는 컴퓨터 앞에 앉는 시간이 늘어나면 균형적 성장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하이닥 상담의사 신재호 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은 하이닥 Q&A를 통해 “가족 중에 인터넷 중독자가 있는 경우 상태가 매우 심각해 치료가 시급하다고 판단되더라도 정작 본인이 치료 의지가 없다면 강제로 치료받으면 원래의 문제 행동을 지속하고 가족을 더욱 원망하는 경우가 많아 추천하지 않는다”고 설명하며, “지금의 비관적인 상황을 자극하지 않되 마음을 열기 위해 지속적인 대화와 설득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충분한 설득 후 본인이 치료할 의지가 생겼을 때 약물 요법과 정신 치료를 병행하면 게임 중독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다.
출처: 건강이 궁금할 땐, 하이닥
(www.hido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