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마티스관절염은 희귀난치성질환이다. ‘희귀’는 국내 환자 수가 2만 명 이하라는 의미를, ‘난치성’은 적절한 치료방법과 대체의약품이 개발되지 않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희귀난치성질환은 확진을 받아 의료보험공단에 신청하면 본인 부담률이 10%로 줄어든다.
서울아산병원에서 열린 ‘류마티스질환의 진단과 치료’ 건강강좌에서 류마티스내과 김용길 교수는 “최근 류마티스관절염에 대한 자각도가 높아져 조기진단률도 상승세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조기진단’을 강조하는 이유는 빠른 진단이 빠른 치료로 이어져 관절의 변형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류마티스관절염은 단순한 관절염이 아니다. ‘면역력’이 이상해지면서 관절의 활막염으로 인해 부종과 통증을 동반하고, 연골과 뼈의 손상으로 관절이 파괴되면서 관절이 변형되고, 심하면 조기 사망에도 이를 수 있는 만성 진행성 염증질환이다. 반대로 류마티스관절염 발병 후 1년 이내에 발견하여 적절히 치료하면 관절변형을 줄일 수 있다. 따라서 류마티스관절염의 진단과 치료에는 유독 조기진단과 치료를 위한 ‘빨리빨리’ 정신이 필요하다.
류마티스관절염의 조기진단을 위해서 알아야 할 것△ 류마티스관절염 의심증상류마티스관절염은 자가면역질환으로 면역세포가 관절 외에 근육, 피부, 신경, 혈관, 폐, 심장, 눈 등 다른 부위도 공격할 수 있으므로 다양한 증상을 동반하는 것이 특징이다. 증상은 수 주일에서 수개월에 걸쳐 서서히 진행될 수도 있고, 갑자기 시작할 수도 있다.
- 전신 피로감
- 손, 발 관절의 쑤심, 뻣뻣함(강직), 통증
- 손목, 손가락, 팔꿈치, 발목, 무릎, 어깨 등의 관절 통증이 좌우 양쪽으로 대칭적으로 발생
- 관절 변형
- 식욕저하, 체중감소, 미열, 피로감
- 심장, 폐 등의 염증으로 인한 가슴통증, 호흡곤란
- 구강건조, 눈의 이물감 등
△ 류마티스관절염 진단기준류마티스관절염 진단을 위해서는 기본적인 문진 및 혈액검사와 함께 ESR(적혈구 침강속도) 및 CRP(C-반응단백)와 같은 염증수치검사와 다른 자가면역질환과 구분하기 위한 항핵항체 및 척추관절염 유전자검사(HLA-B27) 그리고 관절액 검사, 관절 x-ray 검사 등이 필요하다.
류마티스관절염의 진단기준은 2010년에 개정된 안에 따라 여러 검사를 거쳐 [1]~[4] 카테고리별로 각 항목당 해당 점수를 합산하여 10점중 6점 이상에 해당하면 류마티스관절염으로 분류된다. 또 6점 미만이라도 시간을 두고 재평가하여 6점 이상에 해당하면 류마티스관절염으로 본다.
[1] 관절침범 범위 0점 = 큰 관절 1개(어깨관절, 팔꿈치, 엉덩이관절, 무릎관절, 발목관절)
1점 = 큰 관절들 2~10개
2점 = 작은 관절 1~3개 3점 = 작은 관절 4~10개 5점 = 작은 관절 포함 10개 초과
[2] 혈청검사수치 0점 = 류마티스인자 음성 및 항CCP항체 음성
2점 = 낮은 역가(정상치의 3배 미만)의 류마티스인자 양성 또는 항CCP항체 양성
3점 = 높은 역가(정상치의 3배 이상)의 류마티스인자 양성 또는 항CCP항체 양성
[3] 염증수치(혈청 염증반응물질) 0점 = ESR(적혈구 침강속도) 정상 및 CRP(C-반응단백) 정상
1점 = ESR 상승 또는 CRP 상승
[4] 증상기간 0점 = 6주 미만
1점 = 6주 이상
진단에 ‘과속’이 필요하다면, 치료는 ‘서행’으로 장기적 접근해야류마티스관절염의 ‘빠른 진단’이 질병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시작하도록 돕는다면, 치료는 조바심내지 않는 느긋함이 중요하다. 이는 의사가 장기적으로 접근해 개개인에 맞는 치료계획을 세우고 치료효과를 체크하면서 결과가 가장 좋은 치료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돕기 때문이다. 김용길 교수는 “류마티스관절염의 완치개념을 최소한의 약 또는 약을 안 먹고도 불편함없이 살아갈 수 있는 정도로 본다면 완치는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밝히고, “단 치료에 5년 이상 걸리므로 장기전을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 “최근에는 항류마티스 약물과 생물학적 제제가 등장하고, 이 제제를 조기 투여하여 증상을 초기에 관리할 수 있게 됨에 따라 관절 손상도 줄어들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의 특징△ 1차 약제약물 반응은 개개인에 따라 매우 다양해 투여 전까지는 어떤 약이 가장 효과적이라 단언할 수 없다. 따라서 몇 가지 약을 투여해 부작용이 적은 약물을 의사가 결정하기까지 일정 시간을 두고 지켜보게 된다.
(1) 비스테로이드 소염제(소염진통제) = 염증을 완화하고 통증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하므로 류마티스관절염을 비롯한 관절 통증에서 흔히 사용되는 약물이다. 약물의 종류에 따라 효과나 부작용 등이 다양하므로 수차례의 시행착오를 거쳐 가장 적합한 약을 선택하게 된다.
- 대표적인 부작용: 위장관 장애, 심한 경우 위장관 궤양과 출혈 등이 있을 수 있으므로 위장관 약물과 함께 사용하며, 그 외 드물지만, 신기능 감소 또는 혈소판 기능 억제로 인한 출혈 등이 발생할 수 있다.
(2) 부신피질호르몬(스테로이드) = 강력한 소염작용으로 짧은 시간 내에 염증과 통증을 감소시키는 데 효과적이나 장기간 사용 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서 질환의 초기 또는 질환의 악화 시 가급적 단기간 사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 대표적인 부작용: 고혈압, 당뇨, 비만, 감염, 골다공증 진행 가속화 등
(3) 경구용 항류마티스 약물 = 장기적으로 염증을 조절하여 관절의 변형 및 손상을 줄이기 위해 사용하는 약물들을 통칭하여 질병조절 항류마티스 약물이라 부른다. 항류마티스 약물은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수개월이 걸리고 직접적인 진통 효과는 없지만 궁극적으로 질병의 진행을 늦출 수 있고 부신피질호르몬의 장기적인 사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어 오랫동안 지속해서 복용하게 된다.
① 메토트렉세이트(MTX, Methotrexate): 복용 후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2~3개월 소요되며, 주 1회 경구 복용으로 투여가 간편하여 단독 또는 복합요법으로 가장 많이 사용한다. 저용량에서 시작하여 부작용이 없다면 충분한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점차 용량을 늘려서 복용한다. 알코올 중독자나 간질환, 신질환 등의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부작용이 증가할 수 있으며, 임신을 앞둔 남성과 여성이라면 최소 임신 3개월 전에 투여를 중지해야 한다.
- 대표적인 부작용 = 식욕감퇴, 오심, 구내염, 일시적인 간기능 이상, 간섬유화, 혈액학적 이상, 폐질환 등
② 설파살라진(Sulfasalazine): 매일 경구 복용하며, 투여 후 2~3개월이 지나야 효과가 나타난다.
- 대표적인 부작용 = 피부발진, 오심, 복부통증, 간기능 이상 등
③ 항말라리아제(Hydroxychloroquine): 매일 경구 복용하며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3개월 이상이 걸리지만 중증 부작용이 적은 편이고 심혈관 질환 예방에도 효과가 있어 많이 사용된다.
- 대표적인 부작용 = 피부색소침착, 소화장애 등
④ 레프루노미드(Leflunomide): 매일 경구로 복용하며 메토트렉세이트와 비슷한 임상 효과를 낸다. 임신 예정인 여성은 피해야 한다.
- 대표적인 부작용 = 위장관장애, 간기능 이상, 설사, 고혈압, 피부발진, 폐질환 등
△ 2차 약제(생물학적 제제 및 소분자억제제)류마티스관절염의 발생과 진행에 관여하는 염증물질을 차단하여 관절의 염증과 파괴를 억제하는 효과가 입증된 약물로, 비교적 최근에 개발되어 기존 치료에 효과가 없는 환자의 사용이 늘고 있다. 이들 제제는 모두 주사로 투여되며 경구 항류마티스 약물보다 비용이 많이 들지만 국민건강보험 적용이 확대되면서 많은 환자들이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임신 시의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아 임신 예정인 여성의 경우에는 권장되지 않는다. 또 공통적으로 면역 기능의 일부분을 억제하므로 결핵 등과 같은 감염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1) 항종양괴사인자 억제제 = 종양괴사인자(TNF)는 류마티스관절염에서 염증을 일으키는 주된 물질 중 하나로 이 물질의 작용을 억제하여 염증을 가라앉히는 약물이다. 이미 십수 년에 걸쳐 염증 조절 및 관절 변형 억제 등 효과가 입증되어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경구약물로 충분히 치료했음에도 효과가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다. 약물에 따라 주사 투여 방법(피하주사 또는 정맥주사)과 투여 간격이 다른데 피하주사의 경우에는 교육을 통해 집에서 직접 투여할 수 있으며 정맥주사의 경우에는 일정 간격으로 병원에 내원하여 주사를 맞게 된다.
① 엔브렐(Enbrel) 주: 피하주사, 주 1회 투여
② 레미케이드(Remicade) 주: 정맥주사, 처음 주사를 맞은 뒤 2주 후에 투여하고, 1개월, 2개월 간격으로 점차 투여 간격을 늘려서 이후에는 2개월 1회 투여
③ 휴미라(Humira) 주: 피하주사, 2주 1회 투여
④ 심퍼니(Simponi) 주: 피하주사, 1개월 1회 투여
(2) B세포 제거제 = B세포는 인체의 면역력 유지는 물론 자가면역질환의 발병기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해 염증 질환 치료에도 이용된다. 약물 투여 후 B세포가 감소하여 다시 증가할 때까지 수개월이 걸리므로 한 번 치료 시 약효가 수개월간 유지된다.
① 맙테라(Mabthera) 주: 2주 간격으로 두 번 정맥주사를 맞는다. 현재 종양괴사인자 억제제 치료에도 불구하고 호전되지 않는 중증 류마티스관절염인 경우에 보험혜택이 적용된다.
(3) T세포 활성 억제제 = T세포는 면역체계를 유지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며, 류마티스관절염의 염증 반응에도 깊게 관여하고 있다. 따라서 T세포의 활성을 억제하는 약물이 개발되어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① 오렌시아(Orencia): 정맥주사 혹은 피하로 1개월 1회 투여
(4) 인터루킨-6 수용체 길항제 = 인터루킨-6는 류마티스관절염 환자에서 B세포 성장과 활성뿐 아니라 관절의 손상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인터루킨-6 수용체 길항제는 세포 내 인터루킨-6 전달을 차단하여 효과가 나타나며 부작용으로는 콜레스테롤 상승, 간기능 이상, 백혈구 감소 등이 보고되고 있다.
① 악템라(Actemra): 정맥주사로 투여하며 1개월 1회 투여
(5) JAK3 억제제 = JAK 단백질은 류마티스관절염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염증성 사이토카인의 신호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며, JAK 억제제는 이 신호 전달을 억제해 염증성 사이토카인의 생성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① 젤잔즈(Xeljanz): 경구약제로 1일 2회 투여한다. 다양한 염증물질의 세포전달신호를 억제하는 약물로 임상연구에서 서양인보다 동양인에 높은 대상포진 발생률이 관찰되었다.
△ 스테로이드 국소 주사치료대부분의 관절은 염증이 조절되지만, 한두 개의 관절에서 염증이 조절되지 않는 경우에 해당 관절에만 스테로이드를 주입하는 치료이다. 이는 전신적으로 투여하는 약물의 용량을 늘리지 않으면서 관절의 염증을 효과적으로 조절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장기간 지속하는 것은 아니다. 스테로이드 국소 주사를 자주 맞으면 연골과 주변 조직의 약화로 연골 파괴가 촉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같은 관절에 3개월 이내에 반복해서 주사하지 말고, 1년 이내에 3~4회 이상 주사를 맞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관절염약 복용 시 주의사항1. 치료는 장기전이다.관절염의 약물치료는 아주 오랫동안 이뤄진다. 약제에 따라 효과가 늦게 나타나는 것도 있고, 환자에 따라 반응이 달라서 맞는 약을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2. 부작용 위험성보다 약으로 인한 이득이 더 크다.관절염 치료제의 부작용은 대부분 가볍지만, 드물게 심각한 경우도 있다. 이런 부작용은 인체 어느 장기에도 일어날 수 있는데 사람마다, 약제마다 달라서 예측하기가 어렵다. 심각한 약물 부작용을 일찍 발견하기 위해서는 전문의가 권한 진료일을 지키고 혈액검사를 포함한 정기적인 검사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약물복용 후 이상을 느끼면 즉시 담당 의사와 상의한다.
3. 어떤 상황에도 임의 처방은 금물이다.심한 운동, 감염, 스트레스를 받으면 일시적으로 증상이 악화할 수 있는데, 이때 자의적으로 약물이나 주사를 추가하게 되면 약제 부작용에 노출될 위험이 있고 향후 약물치료 계획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따라서 이런 경우에는 꼭 담당 의사와 상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4. 약물치료를 임의 중단하지 않는다.약물치료 중에 관절염이 좋아졌다거나 반대로 효과가 없다고 자의적으로 판단하여 약을 끊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관절염약을 갑자기 중단하면 증상이 더 악화하고 이후 치료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스테로이드 제제의 경우 장기간 복용하다가 갑자기 중단하는 경우에 심각한 전신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관절염약의 중단은 반드시 전문의의 처방에 따라야 한다.
5.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한다.약물치료와 함께 규칙적인 운동과 충분한 휴식, 수면, 스트레스 조절 등 일반적인 건강 수칙을 잘 따르는 것이 관절염 관리에 큰 도움이 된다. 특히 흡연은 관절염을 일으키고 악화시키며 전신 합병증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음주는 약물의 작용에 영향을 주므로 금연과 금주를 해야 한다. 전문의의 처방약 외에 보조 약품이나 보조식품을 더 먹을 필요는 없다.
6. 전문의의 조언을 신뢰한다.비전문가의 개인적인 ‘카더라’ 통신에 의존하다 보면 치료 시기를 놓치거나 시간과 돈을 낭비하고 심지어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류마티스관절염 전문의는 자신에 맞는 관절염 치료를 위한 가장 효과적이고 합리적이며 검증된 방법에 대해 알려줄 것이므로 치료와 관련한 모든 것은 전문의와 상의한다.
출처: 건강이 궁금할 땐, 하이닥
(www.hido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