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은 평생 유병률이 15~20% 정도로, 흔한 질병이다.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와 사회에서 받는 각종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증의 발병률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다행히도 우울증은 초기에 치료를 하면 1년 안에 환자의 80~90%가 치유될 수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특유의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거부감으로 인해 우리나라에서는 우울증 환자들이 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경희대학교 연구진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적어도 우울증 환자의 80%가 병원 방문이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지 않고 혼자서 해결하려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전문적인 치료가 아닌 단순히 약물과 의지로 우울증을 이겨내려고 한다면, 증상이 오히려 더 악화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특히 우울증은 가족 전염병이라고 불릴 만큼 가족 간 전염력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지 않으면, 우울증 환자 본인은 물론 가족과 주변 사람들마저도 전염되어 큰 고통을 받을 수 있다. 우울증의 전염성과 주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하이닥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의사 김현도 원장(온유정신건강의학과의원)이 자세히 설명했다.
감정의 전염성
현대에는 거울신경 체계(MNS, Mirror neuron system)라는 뇌 회로의 연구와 뇌영상연구기술의 발달로 인해 개인의 감정과 행동이 주변 사람들의 행동과 감정에도 영향을 준다는 사회적 전염 현상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를 감정 전염(Emotional Contagion) 혹은 정서 전염이라고 합니다. 감정 전염은 다른 사람 특히 가까이서 자주 보는 사람의 행동이나 얼굴 표정, 목소리 자세 등을 무의식적으로 모방하다가 동화되는 현상을 의미하며 '사랑하면 닮는다'라는 표현 역시 감정 전염의 좋은 예시 중 하나입니다. 미국 하버드 대학교(Havard University) 니콜라스 크리스태키스(Nicholas A. Christakis) 교수와 제임스 파울러(James H. Fowler) 교수가 공동 저술한 '행복은 전염된다(Connected)'라는 책에 소개된 연구를 살펴보면 감정 전염에 대해서 더 이해하기 쉽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개인이 행복할 경우 주변 친구가 행복할 확률이 15%, 그 친구의 친구가 행복할 확률이 10%, 그 친구의 친구의 친구가 행복할 확률이 5.6%까지 증가한다고 합니다. 위와 같은 연구를 통해 우리는 감정의 전염성이 강력하며, 생각보다 영향력이 크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우울증의 전염 역시 위 사례와 비슷하게 이루어집니다. 가족의 경우 생활환경을 공유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내기 때문에 감정 전염의 가능성이 더욱 큽니다. 더불어 행복과 같은 긍정적인 감정보다 부정적인 감정의 전염력이 더 강해 환자의 치료가 서둘러 이루어지지 않으면, 가족 간 전염이 빠르게 이루어져 우울증이 우울증의 원인이 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우울증은 사회적 문제
코로나 블루라는 용어가 나올 정도로 우울증은 사회적 문제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1인 가구의 수가 증가하고 가족 구성원의 수가 줄어들면서 우울증을 조기에 인지하고 전문적인 치료로 이어지기가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가족 구성원의 우울증은 부정적인 감정 전염에 국한되지 않기 때문에 더욱 문제입니다. 특히 부모의 우울증은 자녀 양육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각종 연구에 따르면, 우울증 부모를 가진 자녀들은 비만이 될 위험이 높았으며 성인이 된 후에 우울증을 걸릴 확률 역시 우울증이 없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과 비교해서 높았습니다. 이 외에도 우울증 부모는 아이를 정서적·신체적으로 학대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최근 미디어에서 반복되어 소개되는 아이를 동반한 극단적 선택 역시 부모의 극심한 우울증으로 인한 결과이기에, 주변에서 우울증으로 고생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치료를 적극 권장하는 등 빠른 도움이 필요합니다.
우울증 환자 가족들이 해야 하는 일
우울증 환자는 자신이 겪고 있는 내재적인 우울감과 무기력 등의 증상과 비관적인 이야기로 자신과 타인을 비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불규칙적인 식사 및 수면패턴 감정 조절 실패 등으로 주변과 고립되는 행동을 보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가족과 지인들의 관심이 매우 필요합니다. 그러나 우울증 환자 대부분이 치료에 대한 거부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본인의 우울증 증상을 부정합니다. 이는 환자가 본인 상황에 대한 공감과 치료를 원하는 한편, 우울의 원인을 가족이나 외부 상황으로 돌리며 분노 등으로 인해 치료를 거부하는 무의식의 저항(Resistance)이 함께 공존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환자가 본인의 상황을 받아들이고 치료를 받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는 환자가 보이는 행동을 판단하거나 비난하지 않고,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모습을 격려하며 지지해 주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도움말 = 하이닥 상담의사 김현도 원장 (온유정신건강의학과의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