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크리스마스를 생각하면 ‘가족’, ‘선물’, ‘설렘’ 등이 떠오른다. 하지만, 크리스마스가 어떠한 질병의 이름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피가 잘 멈추지 않아 혈액응고인자를 투여받으며 생활해야 하는 희귀 유전질환인 혈우병. 혈우병은 X 염색체에 위치한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인해서 혈액 내에 응고인자가 결핍되어 발생한다. 혈우병은 발생 원인에 따라서 종류가 나뉘는데, 혈액응고인자 '8번(VIII)'이 선천적으로 부족한 사람에게서는 혈우병 A형 (Hemophilia A)가 발생하고, 혈액응고인자 '9번(IX)'이 선천적으로 부족한 사람에게서는 크리스마스병, 즉 혈우병 B형(Hemophilia B)이 생긴다. 또한 혈우병 C형은 '4번(IV)'에 이상이 있는 사람에게서 발견된다.
혈우병 B형은 혈우병 A형과 비교했을 때, 발병률이 더 적다. 하이닥 혈액종양내과 상담의 박현민 원장(서울박내과의원)은 “혈우병은 A형과 B형으로 나뉘고, 75%는 A형이고 B형과 기타 다른 아형이 나머지를 차지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박현민 원장은 “A형은 8인자, B형은 9인자가 부족하고, 응고 인자의 활성도가 정상은 50% 이상이지만, 50~5%에 해당되면 혈우병 경증으로 분류한다”라고 전했다.
혈우병 B형는 흥미롭게도 남성들에게만 영향을 미치며, 환자들은 응고력이 부족한 피를 갖게 된다. 그래서 상처가 나면 정상적인 혈액 응고력을 가진 사람들보다 훨씬 많은 피를 더 오랫동안 흘린다. 전 세계적으로 약 30만 명의 환자가 존재하며, 국내에도 한국혈우재단의 2018년 혈우병 백서를 기준으로 혈우병 A형 환자는 1,721명, 혈우병 B형 환자의 수는 427명으로 보고되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혈우병 B형이 크리스마스 병이라는 이름을 얻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1952년 영국의 옥스퍼드 대학(University of oxford)에서 스티븐 크리스마스((Stephen Christmas)라는 5살 어린아이에게서 처음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혈우병 B형 말고도 혈우병 A형에도 또 다른 이름이 존재한다. 바로 황실 질환이다.
혈우병 A형이 황실 질환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Queen Victoria)의 가계에 혈우병이 있기 때문인데, 1819년부터 1901년까지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고 불리는 대영제국의 전성기를 대표하는 인물 중 하나인 빅토리아 여왕은 혈우병 보인자였다. 64년이라는 오랜 재위 기간 동안 많은 수의 자손들을 낳았고 그 자손들이 다른 유럽 왕가로 퍼졌기 때문이다. 현대에도 혈우병 환자가 많은 유럽 특히 스페인, 독일, 러시아 그리고 유럽 왕족과 사회 고위층에서 혈우병 가계가 남아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유전질환이기 때문에 가계도를 타고 자손들이 물려받는다. 성별을 결정짓는 염색체인 성염색체는 부모에게서 하나씩 물려받아 정상적은 여성은 XX, 남성은 XY를 가지게 된다. 혈우병 발생 인자는 X 염색체 안에 있어 남성이 혈우병에 걸릴 위험이 여성보다 크다. 만약, 아빠가 혈우병이면 자녀 중 여성이 혈우병 보인자가 될 가능성이 크며, 엄마가 혈우병이면 자녀 중 남성이 혈우병이 될 가능성이 크다.
도움말 = 하이닥 상담의사 박현민 원장 (혈액종양내과 서울박내과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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