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대한민국은 군대 관련 이슈들로 들썩거리고 있다. 여성 징병제부터 시작해서 일반 사병들의 처우 관련 군 내부의 부조리와 여군들에 대한 성폭력 및 성추행 문제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수면 위로 올라왔다.
최근에는 한국 군의 어두운 면을 가감 없이 연출한 드라마가 한국 사회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중이다. 대부분의 한국 예비역 남성들이 드라마를 시청 후 ‘과거 군 생활이 생각난다’, ‘끔찍했던 선임 병사가 생각난다’, ‘악몽이 되살아났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어쩌다 군대가 남성들의 ‘악몽’이 되었을까?
2021년 6월에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대한민국 군 장병 100 중 4명꼴로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이승엽 교수와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WHO) 소속 예방의학자 윤창교 기술관이 이끄는 연구팀이 육·해·공군 병사, 부사관, 장교 7,763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유효 응답자 6,377명 중 241명이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밝혔다. 군별로는 공군(4.73%)로 제일 높았으며, 해병(3.97%), 육군(3.65%), 해군(3.16%)이 뒤를 이었다. 이러한 성향은 계급이 낮으면 낮을수록, 정신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거나 스트레스에 취약할수록 크게 두드러졌다. 그 외에도, 수면시간이 5시간보다 짧거나 9시간보다 긴 경우에도 자살에 대해 생각하는 확률이 커졌다.
군인들의 자살 충동을 일으키는 요인은 무엇일까?2016년 발간된 한국국방연구원(KIDA)에 올라온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군 장병들의 자살 충동을 일으키는 요인으로는 우울증이 가장 컸으며 대인관계 스트레스, 군 생활 스트레스, 군 복무 스트레스, 불안증, 구타 및 가혹 행위, 경제적 스트레스, 가족 간 불화, 부모 스트레스 등 8개의 요인이 뒤따랐다. 또한, 2021년 대한의학회지(JKMS)에 실린 보고서에는 최근 1년간 경험한 사고나 약물중독 등으로 인한 위기 사건 또는 평생 동안 축적되어온 트라우마의 경험 횟수가 많을수록 자살 충동을 더 많이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주변의 지지가 자살 충동을 억제하는 요인이었는데 주변 사람들에게서 지지를 받는다고 생각하는 장병 3,599명 중 86명(2.4%)만이 자살 충동을 느낀 반면, 주변에게서 충분한 지지를 받지 못한다고 생각한 장병 2,818명 중 155명(5.5%)가 자살 충동을 느꼈다. 전문가들은 “아직 대인관계에 미숙하고 군대라는 조직에 익숙해지지 못한 병사들에게 군 생활은 낯설고 어렵게 느껴져 ‘우울증’과 ‘우울감’을 악화시킬 수 있다”라고 전하며, “병사들의 우울증 및 우울 관련된 증상에 관심을 기울어야 한다”라고 권고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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