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류=남성성=힘'이라는 등식은 과거 자연스레 받아들여졌다. 채식하는 남성에게는 '남자가 고기 안 먹고 풀만 먹으면 힘 못 쓴다'는 편견의 시선이 쏟아졌다.이를 증명하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연구진이 2012년 소비자 연구 저널(Journal of Consumer Research)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남성이 여성보다 육류를 더 선호하며, 채소나 생선보다 육류를 선호하는 사람을 남성성이 더 강하다고 평가했다.채식을 선택하는 사람이 늘어난 요즘도 이런 고정관념이 남아 있을까.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학(UCLA) 연구진이 학술지 식욕(Appetite)에 올해 발표한 연구를 보면 알 수 있다. UCLA 연구진은 18~88세인 미국 성인 1,706명을 대상으로 식단과 사회적 성별(젠더, gender) 인식을 조사했다. 구체적으로 육류 소비 수준, 채식주의자와 채식을 지향하는 사람에 대한 개방성, 그리고 젠더 인식과 전통적인 성 역할에 대한 순응도를 물었다.그 결과, 남성이 여성보다 소, 돼지, 닭, 생선 등 모든 종류의 고기를 더 많이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전통적인 성별 고정관념이 강한 남성일수록 소고기와 닭고기를 더 많이 소비했으며, 채식주의에 대한 개방성은 낮았다.하지만 여성에게서는 이런 경향이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진은 남성이 전통적인 남성성을 내보이기 위해 고기를 더 많이 먹는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밝혔다.이번 연구를 이끈 심리학자 Daniel Rosenfeld는 "전통적인 남성성을 남성의 이상적인 성역할로 규정하는 것에서 벗어나 이를 바꾼다면, 결국 소고기와 닭고기의 소비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다른 고기를 생산할 때보다 소고기를 생산할 때 온실가스가 많이 배출돼 환경에 치명적인데, 젠더에 대한 이해가 커지면 육류 소비가 줄어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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