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우병은 출혈이 멈추지 않는 질환으로 피(hemo=blood)를 좋아(phil=love)해서 계속 흘린다는 의미에서 한자로 혈우병(血友病)이 되었다고 하며, 일반적으로 선천성 출혈질환을 의미합니다. 혈우병의 약 70%는 유전(가족력)에 의해, 나머지는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하나, 아직 현대의학적으로 완치의 방법이 없기 때문에 유전자 검사를 통해 태어날 아이에게 혈우병을 유발하는 유전인자가 없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좋은 예방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혈우병의 원인 혈우병은 지혈의 기전에 문제가 생겨 발생합니다. 지혈체계는 크게 (1)혈관계 ? 혈관수축에 의한 지혈 (2)혈소판계 - 혈관과 혈장응고관여에 의한 지혈 (3)혈장응고계 - 13가지 단백질 상호작용에 의한 지혈로 나눌 수 있는데, 이중 단백질 인자 ▲ 8번이 부족하여 생기는 병을 A형 혈우병(약 80%), ▲ 9번이 부족하여 생기는 병을 B형 혈우병(크리스마스병, 약 15%), ▲ 11번이 부족하여 생기는 병을 C형 혈우병(약 4%), ▲ 8번과 폰 빌레브란드 인자가 부족하여 생기는 병을 폰 빌레브란드병(von Willebrand Disease, VWD) 이라고 합니다.
가장 많은 혈우병 A형과 B형은 성염색체인 X염색체의 유전자 결함이 원인으로 성염색체 열성으로 유전됩니다. 즉 엄마가 X염색체에 혈우병 인자를 가질 경우 증상은 없으나, 출생하는 남아의 반은 혈우병이고 반은 정상이며, 출생하는 여아의 반은 증상 없는 보인자이며, 반은 정상입니다. 이 때문에 X염색체가 2개인 여아는 X염색체 1개가 문제가 있어도 다른 한 개가 응고인자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혈우병 환자가 되는 일은 거의 없으며, 2개 염색체 모두가 문제가 있으면 태중에서 사산이 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혈우병은 남자만 걸린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70%는 유전성이 원인이지만 돌연변이에 의한 혈우병으로 인해 여성 혈우병 환자도 존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혈우병의 증상 주 증상은 출혈이 잦고 지혈되지 않는 것이며, 혈액 응고인자가 부족할수록 증상 시기가 빠르고 정도가 심각하며, 출혈 부위에 따라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출혈은 출생 시부터 발견되기도 하나 대부분은 기어 다니기 시작할 때 나타나고, 주 출혈부위는 조직인자가 적으면서 자주 움직이는 관절과 골격근 부위입니다.
1. 출생직후 탯줄이 잘린 곳이 지혈되지 않고, 주사 맞은 곳이 붓거나 젖을 빨다가 입안에 출혈이 생기기도 합니다.
2. 혈우병성 출혈 관절증: 관절부위가 붓거나 관절부위가 따뜻합니다. 아이가 걷거나 관절을 구부리고 펴는 것을 싫어하고 울며 저항하며 기어 다니면서 닿는 부위에 멍이 생깁니다. 관절부위의 잦은 출혈로 인한 관절강직으로 운동 장애 등이 동반됩니다.
3. 근육 내 혈종: 중증 혈우병인 경우 자연분만 아기의 머리(두개혈종)나 첫 울음 유도를 위해 문지른 등에 혈종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아기가 서고 걷기 시작하면서 엉덩이에 큰 혈종이 잡히기도 합니다.
4. 출혈부위의 심한 통증: 일반적으로 혈우병 경증은 년 1회, 중등증은 월 1회, 중증은 주 1회 정도의 출혈빈도를 보입니다.
5. 큰 외상없이 나타나는 원인불명의 출혈: 두개내 출혈, 복부 출혈, 위장관 출혈, 혈뇨, 잦고 멈추지 않는 코피, 월경과다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6. 외과적 수술이나 외상 후 계속되는 출혈: 치아발치, 구강 내 상처, 포경수술 이후 계속되는 출혈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혈우병의 진단 정상치보다 증가한 트롬보플라스틴시간 검사 결과가 확인되면 혈우병 정밀검사를 시작하게 됩니다.
혈소판 등 기본적인 혈액 검사 / 출혈시간 검사 / 프로트롬빈 시간(PT)은 정상인 반면, 응고시간 및 부분 트롬보플라스틴 시간(PTT) 검사는 정상인보다 2~3배 연장되어 나타납니다. 경증의 A형 혈우병인 경우 PTT가 정상으로 나오기도 합니다. [응고시간검사는 선별검사로 부적합하며, 트롬보플라스틴 생성 시험(TGT)은 예민도가 높긴 하지만 검사 과정이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단점이 있음]
산전진단은 보인자 여성의 태아가 남자이면 혈우병인지 아닌지, 여자이면 보인자인지 아닌지를 알기 위한 검사로 융모막(임신10주)이나 양수(임신 15주) 또는 제대혈(임신 20주)로 태아 유전자 검사를 하게 됩니다. 융모막 검사는 가장 빠른 시기에, 가장 많은 양의 DNA를 획득할 수 있는 반면 태아 유산 위험성이 3%정도여서, 양수검사를 통한 산전 진단이 많은 편입니다. [2009년 모자보건법 개정에 따라 혈우병은 인공임신중절 허용질환에서 제외됨]
혈우병의 치료 아직까지 혈우병의 근본적인 치료법은 없는 상태이며 혈우병 치료는 크게 급성출혈 치료, 출혈예방 등 장기적인 치료, 올바른 유전상담을 통한 예방치료로 나눌 수 있습니다.
조기 진단 및 급성출혈 치료 급성 출혈시 가장 중요한 처치는 부족한 인자의 보충입니다. 일반적으로 중증도 관절강 내 출혈시 단백질 8번 인자를 체중 kg당 20~30 단위를 주사하고 증상에 따라 반복 투여가 가능합니다. 충분한 양이 투입된 후 48~72시간 내 가벼운 운동으로 관절강직을 예방해야 하므로 깁스 등으로 고정하는 것은 좋지 않으며, 통증 완화를 위해 아스피린을 제외한 타이레놀 같은 진통제를 투여할 수 있습니다. 응고인자의 정맥주사법을 교육받아 가정에서 부족인자를 보충해주면, 조기치료, 합병증 경감, 의료비 절감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장기적인 치료 혈우병은 일생 동안 출혈 증상이 반복될 수 있는 질환이기 때문에 신체 기능의 정상화를 위한 재활치료는 물론 가정, 학교,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정신과적 치료 및 사회적 훈련 등의 포괄적인 치료가 필요합니다. 일상생활에서 출혈 원인을 미리 예방하고, 치료환경 개선 및 만성 근골격계 병변의 치료관리가 필요합니다.
올바른 유전상담을 통해 혈우병 발생률을 감소시키는 예방치료 유전상담이란 유전질환을 가진 환자와 가족에게 질환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유전기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통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환자와 가족이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돕는 것을 말합니다.
식생활과 운동 지혈에 좋은 엽록소가 많은 채소와 연근 등을 섭취하는 것이 좋으며, 혈액순환개선에 좋은 것은 혈소판 응집을 방해하기 때문에 과다섭취를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피해야 할 식품으로는 마늘, 생강, 은행, 인삼, 알로에 등이 있습니다.
혈우병 환자의 운동은 응고인자 활성도를 증가시켜 출혈을 줄이거나 정상 체중 유지로 관절에 부담을 줄일 수 있어 매우 중요합니다. 혈우병 출혈이 관절에 집중되므로 특히 하체에 무리를 주거나 다칠 위험이 큰 걷기, 달리기, 등산, 축구, 태권도 등 보다는 수영(평형 제외), 자전거 등이 더 좋으며, 걷기도 하루 30분 이내로 제한합니다. 또한 운동하기 30분 정도 전에는 15%이상 응고인자 활성도를 유지하기 위해 주사를 미리 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혈우병의 합병증 가장 흔한 합병증은 반복적인 관절강 내 출혈에 의한 관절의 손상 및 장애와 근육 내 출혈에 따른 구축 및 신경 마비, 수혈로 인한 바이러스 감염(B형 간염, C형 간염, 후천성면역결핍증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또한 8번, 9번 인자에 대한 항체가 생길 수도 있으며, 9번 인자 농축 제제의 다량 투여시 혈전증 등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혈우병성 관절병증 관절에 고인 피가 용혈되면, 여기서 염증을 일으키는 물질이 나와 관절조직을 파괴하게 됩니다. 이 작용에 의해 관절 내 재출혈, 연골 파괴, 통증 등이 유발되기 때문에 심한 관절출혈의 경우 관절내 피를 뽑아내는 시술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항체 생성 일부에선 외부에서 투입된 혈액응고인자를 파괴하는 항체를 만들어(주로 4번 투여 후)내기도 합니다. 항체가 만들어진 혈우병 환자의 98%는 50회 투여 전에 항체를 만들어내 치료효과를 떨어뜨리기 때문에 항체검사를 일정 주기로 시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감염 혈액응고인자 수혈에 의해 본의 아니게 간염이나 에이즈가 감염될 수도 있으나 90년대 이후 이러한 감염의 우려가 적은 유전자 재조합 제제가 널리 사용되기 시작하였습니다.
혈우병의 예방법 보인자 여성의 50%는 응고인자 활성도가 정상으로 나오고, 70%는 아무런 증상이 없기 때문에 응고인자 활성도 검사와 더불어 유전자 검사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현재는 재조합 DNA 분석으로 보인자 색출도 가능해졌기 때문에, 혈우병 가족의 유전 상담을 통하여 혈우병 발생을 격감시킬 수 있게 되었습니다.
건강을 위한 첫걸음 하이닥 (www.hido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