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건강을 위한 하루 적정 물 섭취량은 2L 즉 200mL가 들어가는 일반적인 컵으로 8잔 정도로 알려져 있다.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에서도 하루 1.5~2L의 물을 마시도록 적극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기준이 틀릴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난 24일 일본 교토 고등 과학대학교(Kyoto University Of Advanced Science)와 스코틀랜드 에버딘 대학교(University of Aberdeen) 합동연구진이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를 통해 발표한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개인에게 하루에 필요한 정확한 물의 양은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연구진은 "하루 동안 섭취하는 음식물에 함유된 수분량과 나이, 성별, 활동량에 따라 체내에서 사용되는 물의 양을 고려했을 때 '하루 8잔' 또는 '2L' 등으로 규정화된 하루 적정 물 섭취량은 과학적으로 적절하지 않다"라고 주장하며, "기존에 제기된 하루 8잔의 권장 물 섭취량이 너무 많다"라고 전했다. 연구진은 국제원자력기구(the 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 IAEA)에 등록되어 있는 생후 8일부터 96세 사이의 23개국 남녀 5,604명의 건강 데이터를 조사 분석했다. 연구진은 이들의 물 섭취량과 손실량을 집중적으로 평가했으며, 체내 물의 순환(Water Turnover, WT)을 파악하고 체내 수소에 대한 동위원소를 추적했다.사람의 몸은 체내로 유입된 물에서 필요한 양만큼의 산소를 모두 흡수하면 남은 수소를 분해해 물의 순환을 일으킨다. 이때 사람마다 체내에서 필요한 산소량과 산소를 흡수하는 속도가 달라 개인의 물 순환율에 차이가 발생한다. 따라서 같은 기간 동안 물을 통해 체내로 들어왔던 수소가 언제 외부로 배출되는지 확인하면 얼마만큼 필요 이상의 물을 마셨는지 알 수 있다. 그 결과 연구진은 운동선수, 임산부 및 모유 수유 중인 여성 등 신체 활동 수준이 높은 사람의 물의 순환율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한 덥고 습한 기후를 가진 지역이나 높은 고도에서 사는 사람이 일반적인 지역에서 사는 사람보다 물 순환율이 높다는 사실도 밝혀냈다.연구진은 체내 에너지 소비량이 물의 순환율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 역시 발견했는데, 에너지 소비량이 많은 20~35세 남성의 경우 하루 4.2L의 물을 마셔야만 체내에서 필요한 산소의 양을 채울 수 있었다. 20~40대 여성의 경우에는 평균 3.3L의 물이 필요했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필요한 물의 양이 감소했는데, 90대 남성의 경우에는 2.5L 정도의 물이 필요했다. 이와 같은 연구 결과를 근거로 연구진은 "음식물 섭취를 통해 체내에서 필요한 수분 양의 50% 정도를 채울 수 있다"라고 말하며, "하루 물 섭취 권장량은 기존의 권장량보다 적은 1.5~1.8L가 가장 적당하다"라고 주장했다. 다만, 연구를 주도했던 에버딘 대학교 존 스피크먼(John Speakman) 생물학과 교수는 "우리 몸에 필요한 양보다 물을 더 많이 마신다고 건강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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