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바뀌면서 날씨와 일조량도 변화하고, 뇌의 생물학적 시계에 영향을 준다. 이는 호르몬의 불균형의 원인이 되며, 호르몬의 불균형은 감정 기복을 초래한다. 감정 기복이 심해지면 우울증으로 이어지고, 우울증이 심해지면 극단적인 선택까지 연결될 위험이 있다. 우울증과 극단적 선택 사이에는 깊은 연관성이 존재한다. 조사에 따르면 실제로 스스로 목숨을 포기한 사람들의 80%가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봄철, 스피링 피크
이러한 현상은 봄에 더 심하게 나타난다. 생명과 화려함을 대표하는 봄은 역설적이게도 극단적인 선택하는 사람이 가장 많은 계절이기도 하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자료를 살펴보면 2015~2018년까지 한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 10명 가운데 3명이 3~5월에 집중되었다. 반면, 날씨도 춥고 어두운 겨울철인 11~이듬해 2월에는 상대적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적다. 이렇게 우울증으로 인해 봄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현상을 ‘스프링 피크(Spring Peak)’라고 부른다.봄철 자살 급증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스웨덴 웁살라대학(Uppsala universitet) 포티스 파파도무야스 (Fotis Papadopoulos)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겨울과 비교해 봄에 극단적 선택을 사람의 비율이 20~60%가량 높다"라고 전했다.스프링 피크에 대한 정확한 원인은 아직 연구 중에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햇빛에서 그 이유를 찾는다. 일조량이 늘어나면 감정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의 혈중 수치가 늘어난다. 햇볕을 쬐는 시간이 많아지면 세로토닌 합성 작용이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파파도무야스 교수는 "햇볕이 항우울제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항우울제가 종종 우울증 환자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있다는 사실이다. 일조량이 많아지는 봄이 되면 외부 활동이 늘어나 사람들이 신체적으로 활발해지지만, 몇몇 사람들은 신체적이나 정서적으로 불안해 할 수 있다. 봄철에는 감정 기복이 심해지고, 평소에도 우울증을 앓고 있던 사람이 봄이 주는 활기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껴 우울증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것도 스프링 피크의 원인 중 하나로 고려되고 있다. 이럴 때는 규칙적인 생활과 적극적인 야외활동으로 우울증을 관리해 주는 것이 좋다. 하이닥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의 정건 원장(정건연세정신과의원)은 "일반적으로 봄을 탄다고 말하지만, 봄이 되면 우울증이 악화된다고 볼 수 있다"라고 말하며, "계절 변화가 우울증에 영향을 주어 봄철이 되면 더 힘들어하는 우울증 환자들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봄철 우울증, 여성에게서 더 뚜렷
봄철 우울증 현상은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조사에 따르면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은 여성 환자가 남성 환자에 비해 2.2배 정도 더 많았다. 특히, 호르몬 변화가 급격해지는 40대 이상 여성이 전체 환자의 53.3%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중년 여성의 경우 폐경기를 경험한 후 느껴지는 상실감, 허무감으로 다른 연령대의 여성들보다 우울증에 더 취약할 수 있다.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라고 불릴 정도로, 누구에게나 발병할 수 있다. 하지만 적절한 조치나 치료 없이 증상을 방치하면 우울장애로 진행되어 '피해 망상', '관계망상' 등의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울증이 2주 이상 진행되면 병원을 내원하는 등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
봄철 우울증 예방에 도움이 되는 방법은 아래와 같다.1. 규칙적인 생활 습관2. 햇볕을 충분히 받을 수 있는 야외활동3. 적극적인 사회생활4. 수면의 질을 위한 멜라토닌과 감정 조절을 위한 세로토닌 생성에 좋은 음식 섭취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는 가족과 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도움말 = 하이닥 상담의사 정건 (정건연세정신과의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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