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에 대한 인식 수준이 올라가며 덩달아 조명 받는 것이 영양식이다. 환자식, 경관식으로 불리던 시절을 지나 우리 일상을 채우는 ‘케어푸드’로 위상을 높이는 모양새다. 미음에서 시작한 환자식이 친환경 케어푸드로 자리 잡기까지. 그 변화와 혁신의 과정을 짚어보며, 향후 환자 영양식이 나아갈 바를 전망해 보고자 한다.
포장재의 변화
아무래도 환자가 먹는 음식이다 보니 포장 용기가 매우 중요하다. 환자식 용기는 캔과 병, 파우치로 변화 과정을 거쳤고 최근에는 친환경 종이팩이 대세가 되고 있다. 얼마 전까지 시장의 주류를 형성하던 캔과, 새롭게 주목받는 팩의 장단점부터 짚어보자.
-캔
캔은 가장 흔한 형태의 케어푸드 포장재였다. 플라스틱, 유리(병) 등 다른 용기와 비교해서 내용물을 월등히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장점만큼 단점도 뚜렷하다. 가장 주목할 것은 ‘레토르트’ 방식과 연계된 문제다. 케어푸드는 섭씨 105~120도의 고압가열살균솥(Retort)에서 멸균하고, 이를 다시 급속 냉각하는 레토르트 제조 방식을 사용하는데, 문제는 이 과정에서 유해 물질인 ‘퓨란’이 생성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캔 내부 포장에 사용되는 에폭시 소재에 열이 가해지면 ‘비스페놀 A(BPA)’가 발생될 가능성도 있다.
-종이팩
종이팩은 최근 환자식 시장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포장 용기로, 캔의 단점을 보완해서 각광받고 있다. 총 6겹의 종이 층이 단단하게 결합한 구조가 특징이며, 방부제 등 별도의 화학처리 없이도 영양과 맛 손실 없이 식품을 보존한다는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종이팩에 사용되는 합성수지 폴리에틸렌(PE)은 환경호르몬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환자식에 적합한 용기로 주목받고 있다. 캔 대비 내구력이 약하다는 것, 날카로운 물체에 포장재가 파손될 우려가 있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식품안전의 측면이 강화되면서 환자식 업체들은 자연스럽게 캔에서 팩으로 용기를 교체하고 있다. ‘대상 웰라이프’, 정식품, hy(전 한국야쿠르트) 비롯해 매일유업과 대웅제약의 합작 회사인 ‘엠디웰’ 도 전 공정에서 캔을 제외하고 종이팩을 도입했다. 친환경 이슈와 더불어 먹거리의 안전성이 강조되면서 환자식도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RTH 환자식의 ‘오염’ 문제
포장 용기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섭취 방식이다. 스스로 음식을 씹을 수 없는 환자들은 ‘어떻게 먹을 것인가’가 관건이다. 상당수의 환자들은 RTH 방식을 활용한다. RTH는 ‘Ready-to-Hang’의 약어로 경관급식환자를 위해 세균오염을 최소화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멸균 처리된 환자식을 별도 개봉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과 영양액 주입 세트(카테터)를 직접 연결해서 섭취의 편의성과 식품안전성을 동시에 확보했다는 점도 주목해 볼 만하다. 과거에는 캔이나 팩 제품을 별도의 용기에 부어 공급하는 ‘피딩’ 방식을 주로 활용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용기의 재사용에 따른 위생문제와 세균오염으로 인한 2차 감염에 대한 우려가 존재한다.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환자식 시장을 가지고 있는 일본에서는 2000년대 초 병원 내 감염 문제가 이슈화되었고, 현재는 대부분이 일회용 RTH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생각해 봐야 할 점은 2차 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RTH 제품도 환자에게 완벽하게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다. 문제는 레토르트 방식이다. RTH 제품도 이미 완성된 음식을 파우치에 넣고 고온 살균을 하는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앞서 언급한 캔 제품과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에는 친환경 팩에 담긴 환자식을 카테터에 직접 연결하는 방식이 개발되었으며, 오염과 유해물질 문제를 최소화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도 포착된다. 종이팩은 유해물질 문제에서 자유로운 편이고, 파우치 형태의 일회용 RTH 제품들과 비교해서 재활용이 용이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오염과 환경 문제를 극복한 케어푸드라면 환자에게 더욱 이롭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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