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준비하는 과정인 임신. 물론 축복해야 할 일이지만 부모가 될 준비를 이제 시작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중, 곧 태어날 아이를 잘 키워야 한다는 부담감과 아이와의 첫 만남이 두려운 대부분의 산모들에게 불청객이 찾아오곤 한다. 그리고 이 불청객은 종종 새로운 생명에게 영향을 주기도 한다. 하이닥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의사 전한솔 원장(푸른솔정신건강의학과의원)이 ‘불청객’ 산·전후 우울증과 산모의 정신건강이 태중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현대 사회가 발달함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을 비롯한 정서 장애를 겪고 있고, 그중 우울증의 유병률은 약 10% 정도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2003년 유럽 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European Child & Adolescent Psychiatry)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생애 주기 중에서도 산후의 우울증의 비율은 특히나 높아서 약 13% 정도의 산모가 산후 우울증을 겪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고, 전체의 우울 환자의 45~65%가 산후 1년 안에 첫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산모의 우울증은 비단 산모 본인에게만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라, 최근에는 자녀의 사회-정서적 발달과 인지 발달의 장애에도 위협 요인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산후 정신건강의학과 관련 질환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산후 우울감(Postpartum blue), 산후 우울증(Postpartum depression), 산후 정신증(Postpartum psychotic disorder)입니다. 우선, 산후 우울감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흔한 정서적 장애로, 울음, 혼란, 기분의 변동, 불안, 우울감을 동반합니다. 이 증상들은 주로 산후 첫째 주에 나타나서 수 일간에 걸쳐서 호전되는 양상을 보입니다. 산후 정신증의 경우 가장 심각한 질환이라고 볼 수 있는데, 망상, 환각, 점차 악화되는 기능장애를 보이는 것이 특징이며, 주로 산후 4주 차쯤 시작되는 경우가 잦습니다. 이러한 증상을 보일 경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진료 및 약물 치료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산후 우울증의 경우에는 심각한 우울감, 피로, 식욕저하, 수면장애, 불안, 과다한 죄책감 및 자살사고 등을 보이는 것이 특징적입니다. 이러한 산후 우울증을 겪는 여성의 경우 추후 우울증을 겪을 위험도가 50~6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다른 산후 우울증의 위험 요인으로는 과거의 기분장애력, 임신 중 우울 증상의 발현, 정신과 가족력 등이 있습니다. 또한 부정적인 사건들 (예 : 좋지 않은 배우자와의 관계, 출산한 아이의 건강이 좋지 않은 경우, 사회적 지지체계의 부재, 약물 남용) 역시도 산후 우울증의 큰 위험요소가 됩니다. 이러한 산후 우울증은 단순히 산모 본인에게만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닙니다. 산모의 우울증이 아이에게도 영향을 미치는데요. 단순히 영아기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보행기, 학령전기, 심지어 학령기에도 영향을 끼칩니다.
각 시기별로 끼치는 영향산전기부적절한 산전 돌봄, 영양 불량, 조기 출산 비율 증가, 저체중 출산, 급박유산영아기행동학적 영향: 분노적이고 방어적인 형태의 보챔, 수동성, 자기 통제적 행동, 조절 불가의 주의 행동인지적 영향: 낮은 인지 수행력보행기행동학적 영향: 수동적 태도, 비성숙한 자기조절 능력 표현, 외/내부적 문제 발생, 적은 상호작용인지적 영향: 낮은 인지 수행력 및 낮은 창의력학령기행동학적 영향: 적응 기능의 장해, 정서 장애, 불안 장애 및 품행 장애학업적 영향: 주의-집중 과다 결핍 장애 (ADHD), 낮은 지능지수(IQ)청소년기행동학적 영향: 정서장애(우울증), 불안 장애, 공포증, 공황장애, 품행장애, 물질 남용 및 알코올 사용 장애학업적 영향: 학습장애 및 주의 집중력 과다 결핍 장애
따라서 단순히 산모의 우울증은 산모 본인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녀의 인생 전반에 걸쳐 큰 악영향을 끼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가의 치료가 필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서론에서 말씀드렸듯, 임신·출산 전후의 감정 기복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장애들은 비교적 높은 유병률을 가지고 있음에도, 사회 전반에 걸친 인식 부족으로 인하여 충분한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산모들께서는 새로운 생명을 위해서라도 항상 본인의 정신건강 상태에 유념하길 당부하며, 힘든 경우 주저하지 말고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길 바랍니다.
도움말 = 하이닥 상담의사 전한솔 원장(푸른솔정신건강의학과의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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