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를 하고 나면 곧장 화장실로 직행하는 사람들이 있다. 마치 방금 먹은 음식이 곧바로 배설되는 것이 아닌가 염려되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먹은 음식이 소화와 흡수 과정을 거쳐 배설되기까지는 약 1~2일의 시간이 걸린다.
우선 음식물이 입으로 들어가면 침과 섞여 분쇄, 혼합되어 식도로 넘어간다. 식도는 근육 운동을 통해 음식물을 위로 내려 보내며, 약 30초 후 음식물이 위에 도착하면 위액이 분비되어 음식물이 액체 상태에 가까워질 때까지 소화되는데, 이때 걸리는 시간만 약 4~6시간 정도다.따라서 식사 후 바로 느껴지는 대변 신호는 방금 먹은 음식이 소화돼 보내는 신호가 아니라 어제나 그제 먹은 음식이 보내는 신호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식사 직후의 배변 현상은 왜 생길까?◇식사 직후 배변의 원인1.식사를 하고 나면 대변을 보고 싶어져요“정상적인 위 대장 반사”식사 후 대변을 보고 싶어지는 증상은, 정상적인 위 대장 반사 현상으로 볼 수 있다.식사 직후 대변을 보는 가장 큰 원인은 위 대장 반사(Gastrocolic reflex)다. 위 대장 반사란 식사 후 대장 운동이 활발해지는 정상적인 생리 반사로, 식사 후 위장에 음식물이 들어오면, 위의 자극으로 인해 분비되는 가스트린, 콜레시스토키닌, 프로스타글란딘과 같은 호르몬들이 대장의 수축 운동을 유발하여 강한 변의가 느껴지게 된다.위 대장 반사는 보통 약 90분 이상 지속되는 경향을 보이며, 증상의 강도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어, 어떤 사람에게는 경미하게, 어떤 사람에게는 강렬하게 나타난다. 변의 상태가 정상적이라면 특별한 치료는 필요하지 않다.2.음식을 먹었을 때 곧바로 배에서 소리가 나고, 설사가 자주 나요“과민성 대장 증후군, 특정 음식에 대한 불내증”음식을 먹고 배에서 소리가 나고, 설사가 잦다면 과민성 대장 증후군이나, 특정 음식에 대한 불내증을 의심할 수 있다.과민성 대장 증후군은 대장의 예민도가 높아져 만성적인 복통과 복부팽만감, 설사, 변비가 초래되는 질환으로, 대체로 젊은 연령층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최근에는 그 발생률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일반적으로 정신적 스트레스와 세균성 장염, 과음, 자극적인 음식, 불규칙한 식습관 등을 원인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한편, 유당불내증, 글루텐불내증 등 유제품이나 밀가루 등 특정 음식을 잘 소화하지 못하는 체질인 경우, 식후 복부 불편감과 함께 설사와 같은 과도한 배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과민성 대장 증후군이나, 특정 음식에 대한 불내증은 내과, 가정의학과 소아청소년과를 방문하여 진료를 받을 수 있다.3.평소에는 대변을 보기 어려운데, 밥을 먹고 난 이후 토끼똥 같은 변을 조금씩 봅니다“이완성 변비”평소에는 대변을 잘 보지 못하다가, 식사 후 토끼똥 같은 변을 조금씩 본다면 이완성 변비를 의심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변을 잘 보지 못하는 것이 변비의 증상이지만, 이완성 변비가 있는 사람은 식후에 일시적인 변의를 느낄 수 있다.이완성 변비를 겪는 환자의 장은 연동 운동이 약해 변을 밀어낼 힘이 없는 상태로, 이 경우 음식을 먹으면 섭취한 음식의 압력에 의해 기존에 오랫동안 쌓여 있는 변이 밀려나오게 되므로, 식후에 유독 변의를 느끼게 된다.대변이 대장 내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게 되므로, 변의 형태는 수분이 적은 토끼똥과 같은 어두운 색을 띠고 있으며, 장의 운동성이 약한 상태라 복통보다는 주로 복부 팽만 증상이 동반되는 것이 특징이다.이완성 변비는 보통 장의 근육이 약해진 노인층에 나타나는 질환이었으나, 요즘에는 스트레스나 과도한 다이어트, 반복적인 변비약 남용으로 인해 젊은 연령대에서도 흔히 나타나곤 한다.이완성 변비는 변비약이 잘 듣지 않는 편이기 때문에 장의 운동성을 회복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유산균을 섭취하고, 복근 운동과 함께 걷기와 같은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이완성 변비는 내과, 가정의학과, 소아청소년과를 방문하여 진료를 받을 수 있다.4.그 밖의 원인그 밖에도 식사 직후 배변의 원인은 음식 알레르기, 위염, 장염, 염증성 장 질환, 크론병, 스트레스, 불안 등이 있으며, 이러한 증상이 반복되고 일상생활에 불편을 준다면 병원을 방문해 의사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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