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의학의 눈부신 발전으로 인류는 많은 병들을 이겨냈고, 평균 수명 역시 과거와 비교해서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오래 산다는 것은 그저 좋은 일이기만 할까? 통계에 따르면 2060년까지 미국의 65세 이상 인구가 현재보다 두 배로 증가될 것으로 예상되며, 미래에는 미국인 5명 중 1명이 장기 요양 서비스를 필요로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현재 OECD 주요 국가 중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를 보여주고 있다. 통계청 보고에 따르면 1970년부터 2018년까지 우리나라의 고령화 비율은 연평균 3.3%가 증가했고, 2026년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에 20%를 차지하는 초고령 사회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이러한 추세로 고령화 인구가 늘어나면 2050년에는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고령화 비율이 OECD 3위가 될 것이라고 전망되고 있다.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 2019년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고령자의 의료비용 지출은 32조 2,000억이었으나 2030년에는 91조 3,000억 원으로 약 60조 원 가까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간 흐름에 따른 생물학적 변화인 노화는 합병증을 일으킬 가능성을 높이고, 제2형 당뇨병, 심장병, 암 및 알츠하미어병과 같은 만성 질환의 위험을 증가시킨다. 평균 수명이 2060년까지 최대 6년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연령 관련 질병의 영향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노화에 대한 전통적인 의학적 접근법은 단순히 이러한 질병을 치료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현재 대두되고 있는 제로 사이언스(Geroscience)의 접근법은 단순히 수명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건강 수명을 늘리는 것이다. 최근 Nature Aging에 발표된 연구는 노화와 관련된 질병 치료를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노화 자체를 치료해야 할 질병으로 본다. 하버드 의과대학의 The Paul F. Glenn Center for Biology of Aging Research 공동 책임자인 데이비드 싱클레어 교수는 “노화는 치료할 수 있는 흔한 질병이며, 사람들은 그 사실을 모를 뿐”이라고 말했다. 싱클레어 교수는 “지금까지 사람들은 병 치료에만 급급했다"라며, “현재 의학 연구는 질병의 증상에 단순하게 반창고를 붙이는 것이 아니라 모든 주요 질병의 근본인 노화에 주목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의학 연구자들은 미래에는 의학 연구의 궁극적인 목표가 노화로 인한 신체적 허약함과 장애를 지연시키는 건강 개입(Health interventions)과, 생물학적 노화를 늦추고 생체 시계를 오히려 반대로 돌리는 것이라고 전망된다. 연구진은 “건강 수명이 늘어나면 노령층 질병 치료에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학계의 ‘통계적 삶의 가치(Value of Statistical Life)’ 모델을 적용했을 때, 미국의 경우 건강한 기대수명이 불과 2.6년만 늘어나도 83조 달러의 가치를 가져다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2월 싱클레어 교수가 이끄는 하버드 대학교 연구진은 늙은 쥐의 유전자 발현을 재프로그래밍해서 시력을 부분적으로 회복시킨 연구를 발표한 적이 있다. 이 연구는 노화로 인해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시력 감퇴를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연구라며 환호를 받은 적이 있다. 연구진은 현재 유사한 실험을 영장류에 적용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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